차별화된 재활용 솔루션, 막막한 순환경제에 패러다임 제시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지난 6월11일 성남시 분당구 소재 이너보틀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지난 6월11일 성남시 분당구 소재 이너보틀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폐기물 대란은 사회적 이슈다. 생산·수거·선별·재활용 등 전 영역이 발맞춰야 하는 문제다. 결국 순환시스템이 제대로 돌아야 답이 보인다는 얘기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오세일 이너보틀(innerbottle) 대표는 ‘순환자원 플랫폼 구축’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부가 해법을 못 찾자 민간이 찾아나선 것이다. “분리수거와 재활용은 다른 문제입니다. 분리수거율이 높아도 재활용이 안 되고 있다는 게 국내의 현실이죠. 분리해서 배출했는데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니 이 자체가 그린워싱(Greenwashing) 아닌가요?” 본지가 오 대표의 솔루션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이너보틀 본사에서 이뤄졌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빠른데 우리가 쓰고 있는 용기는 왜 달라지지 않을까란 물음에서 시작됐어요.” 변리사로 활동하던 오 대표는 3년전 이너보틀을 창업했다. 회사의 경쟁력인 ‘이너셀(inner-cell)’은 용기 속 내용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소진시켜 주는 기술이다. 안에 넣고 쓰면 바깥용기에는 이물질이 묻지 않는단 의미다. 지난 2018년 ‘K스타트업 대통령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았다.

환경까지 생각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도 전략적 파트너로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화장품이든 식료품이든 이너셀에 담을 수 있다면 제품의 포장용기는 고스란히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LG화학이 플랫폼을 구축하자며 손을 내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Q. 이너보틀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우선 얼마나 가치있는 재활용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서의 가치 말이죠. 하지만 힘들여 분리수거를 하고도 제대로 된 재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외부용기가 깨끗이 보존된다는 이너보틀의 강점이 바로 여기서 빛을 발합니다. 각종 내용물로 이미 오염된 용기를 선별·세척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과감히 건너뛰면서 품질도 유지시킬 수 있죠.

Q. ‘K스타트업 대통령상’이란 타이틀로 혁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아이디어에 착안한 계기가 궁금한데요

A. 변리사일을 하면서 각종 기술을 접하고 특허를 관리해 왔습니다. 다방면의 기술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었지만 제품을 담는 용기는 달라진 게 없더라구요. 환경오염을 주창하면서도 정작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여겨졌어요.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됐고 창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는 심각했어요.  

사무실 한켠에 전시된 이너보틀 샘플들이 눈에 띄었다. 내용물 충진 정도에 따라 내부의 이너셀이 팽창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제공=이너보틀
사무실 한켠에 전시된 이너보틀 샘플들이 눈에 띄었다. 내용물 충진 정도에 따라 내부의 이너셀이 팽창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제공=이너보틀

Q. 어떤 문제를 봤나요

A. 재활용 잘 되는 용기를 만들어 놓으면 끝날 얘기가 아니었어요. 이너보틀에 담겨진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난 뒤 회수할 수 있는 방안까지 찾아야 했죠. 소비자에게 다쓴 용기를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할 순 없잖아요. 결국 ‘시스템화’가 필요했어요. 일종의 순환자원 플랫폼 격이죠.

예를들어 화장품이나 식료품 등에 이너보틀이란 친환경 솔루션이 적용된 용기가 쓰이고 나면 자체 어플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회수신청을 받습니다. 그럼 그 정보는 물류파트너들과 공유되고 최적의 동선을 거쳐 우리에게 회수됩니다. 이어 제품 제조기업에게 다시 전달, 재활용이나 재사용되는 순환시스템이 갖춰지는 거죠. 이너보틀 뿐만 아니라 제조와 물류업계 등 모두가 플랫폼을 돌아가게 하는 주체인 셈입니다. LG화학과 동아쏘시오그룹의 용마로지스가 참여를 선언하면서 구체적인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실질적 재활용 구현하는 이너셀의 가치 

순환자원 플랫폼에선 모두가 이익 주체

제도권 설득해 그린워싱 줄여갈 것

Q. 민간 차원에서 순환경제 구현을 시도하는 거군요. 어려운 점은 없을까요 

A. 당장의 제도적인 제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봅니다. 용기의 재활용성을 판별하는 법적 기준들이 있고, 기존에 공공 주도의 재활용센터가 운영되던 틀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우리만의 순환자원 플랫폼을 스스로 입증시켜 가면서 정부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했더니 실질적인 재활용이 되더라’는 것을 보여주다면 정책 당국도 움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Q. 이너보틀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어떻죠

A. 아무래도 화장품과 식품업계의 관심도가 높아요. 일부 기업들과는 제품 생산일정을 잡고 있으니 현재 양산 단계에 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번 제품 출시를 기념해 자체 화장품 2종(비타민 토너, 로션)도 같이 선보일 예정이에요. 이너보틀이 안에 들어 있고 외부용기는 각각 종이와 유리로 제작된 에디션입니다. 판매는 카카오메이커스 채널을 활용할 것이고요 마련된 수익금은 다큐멘터리 제작 비용으로 쓸 계획입니다.

오세일 대표는 참여 주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민간차원의 순환자원 플랫폼을 구상하겠다고 밝혔다. 내실있는 재활용 시스템 임을 입증해 제도권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포부도 드러냈다. /사진=최용구 기자
오세일 대표는 참여 주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민간차원의 순환자원 플랫폼을 구상하겠다고 밝혔다. 내실있는 재활용 시스템 임을 입증해 제도권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포부도 드러냈다. /사진=최용구 기자

Q. 어떤 다큐멘터리죠

A. 우리가 분리배출한 쓰레기들이 이후 어떻게 처리돼 가는지를 상세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 그 실상을 대중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어요. 그린워싱(Greenwashing) 우려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재활용이 어려운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공공의 역할로 맡겨두기보단 시장이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길 희망합니다.  

Q. 환경에 대한 의식 개선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군요. 다큐멘터리가 나오려면 제품이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겠네요 

A. 물론입니다. 친환경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비용을 지출해서 실천하기엔 꺼려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순환자원 플랫폼 상에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 갈 겁니다. 이를테면, 화장품 구입후 다 쓴 공용기를 일정 개수 이상 반납하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지금의 방식을 좀 더 간편화 시키는 겁니다. 고객이 용기를 가져다 반납하는 불편을 없애는 거죠. 소비자가 이너보틀 용기의 QR코드를 찍으면 제조사와 물류파트너 모두에게 공유되고, 소비자는 직접 움직일 필요없이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면 됩니다. QR코드 정보에는 그동안 몇 개의 용기를 회수시켰고 그것이 얼마큼의 온실가스 저감 또는 몇 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와 맞먹는지도 같이 제공됩니다. 소비자의 시각에선 QR코드 인식 한 번이 환경을 생각한 선한 행위가 되는 것이죠. 

이너보틀이 파트너들과 함께 구축 중인 순환자원 플랫폼 체계 /자료제공=이너보틀
이너보틀이 파트너들과 함께 구축 중인 순환자원 플랫폼 체계 /자료제공=이너보틀

Q. 10년 후의 이너보틀, 어떤 모습일까요     

A. 창업하면서 10년 안에 적어도 전 세계인들이 ‘이너보틀’을 한 번쯤은 들어볼 수 있게 해보자는 각오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그리는 순환자원 플랫폼이 주요 시장에선 모두 돌아갈 수 있어야 하겠네요. 크게 수직적, 수평적 관점으로 나눠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순환자원 플랫폼에 대한 내용은 수직적 부분이고, 이너셀에 담을 수 있는 내용물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것이 수평적 대응 전략입니다. 화장품에 더해 식품의약품, 각종 코팅용 도료 등 모든 물질을 패키징 할 수 있도록 진화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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