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에세이, 이야기가 있는 숲길 전시회

숲 전문 NGO ‘(사)생명의숲’은 숲과 더불어 조화롭게 자연을 누리고자 하는 [숲탐방운동]의 시민 공감대를 위해 녹색자금의 후원을 받아 지난 10, 11월 두 달에 걸쳐 진행한 디지털 숲길사진 공모전 [포토에세이, 이야기가 있는 숲길]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본 공모전을 통해 숲길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안목을 제시해 준 총 46개의 수상작품들이 혜화전철역 전시장(4호선 혜화역 內)에서 1월 10일(월)~16일(일)까지 7일간 전시된다.
시상식은 1월 10일(월) 오후 5시 흥사단(혜화역 2번 출구) 3층 강당에서 진행된다.<안규석 기자>

생명상(대상) 수상작_산비둘기가 인도한 작은 숲길 [배용래 作]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파트 뒷산(서대문 금화산) 산허리 등산로를 한바퀴 도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아내와 함께 천천히 걸으면서 새로 핀 풀꽃과 인사를 나누고 나무와 바위를 만져보기도 하며 스치는 바람도 느끼면서 걸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가뿐해짐을 느낍니다.




5월7일, 날이 따뜻하고 햇살 좋던 날,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나무열매도 없고 벌레도 아직 잠을 자고 있을 것 같아 도무지 먹을 것이라곤 없을 것 같은 숲길에서 두 마리의 산비둘기가 무엇인가를 쪼고 있었습니다. 명품 양복보다 더 곱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자연이 준 회갈색 깃털의 옷을 품위 있게 입고, 그들은 아무 걱정도 없고, 아무 두려움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다가 가만히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탁한 자동차 매연과 아파트 공사장의 소음, 그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 빈약한 서울의 숲에서 이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 것일까? 나는 그들이 애처롭기도 했으며 한편으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빵 부스러기라도 있었으면 그들에게 좀 던져주고 싶었지만 내겐 카메라 이외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게 없었습니다. 그냥 따라가며 그들과 가까이 하고 싶었습니다.


‘얘들아, 내가 친구해 줄께!‘


그러나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그들도 똑같은 속도로 뒤뚱뒤뚱 나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어느덧 그들은 나를 주등산로에서 약간 빗겨간 샛길로 인도(?)했습니다. 아니 내가 그들을 그 길로 몰고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길엔 잡목이 우거졌고 산딸기덤불이 꽃망울을 잔뜩 달고 있었으며 따사로운 햇볕이 그들과 내 머리에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평화는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 듯…먹을 것을 가지고 두 마리 산비둘기 사이에서 작은 긴장감이 돌 때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 우주에 나와 산비둘기 두 마리 그리고 주위에 우거진 덤불들만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행복하고 충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그냥 여기 한 구석에 누워 따스한 햇살 받으며 잠들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그들에게 너무 성급히 다가갔던지 그들은 갑자기 경계의 소리와 몸짓을 주고받더니 그만 나뭇가지 위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순간 나의 환상과 평화도 그들과 함께 날아갔습니다.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했으면 그들과 더 오래 같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작은 숲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길이었기 때문에 나는 오던 길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 순간이지만 신비한 경험이었고 나는 두 마리 산비둘기가 인도한 이 작은 숲길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숲은 이렇게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을 먹여 살리며 풍요와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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