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는 어느새 일반인들에게도 흔한 얘기 꺼리가 됐다. 며칠 전엔 환경보전에 기여한 이들을 어느 환경단체가 선정해 상을 주기도 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백지화, 군 환경보전, 새만금 삼보일배 등 그만한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 때문에 그나마 환경이 살아있나 보다.
그런데 크게 아쉬운 것이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토양오염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공기, 물, 땅의 오염 중에서 땅은 한번 오염되면 거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70년대 미국 나이아가라에서 발생했던 ‘러브 캐널’ 사건은 인간의 추악한 욕심 때문에 오염된 땅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되돌아오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지금 우리 나라의 현실은 이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나라 굴지의 대형건설사들이 대부분 공사비용을 아끼려 시커멓게 오염된 흙들을 몰래 버리고 있다. 오로지 처리비 몇 천만원, 몇 억원을 아끼려고 오염된 토양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혹은 위법으로 ‘퍼다 버리고 있다’는 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 국가가 발주한 공사 모두 마찬가지다. 거의 100%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폐토사, 오염된 흙들을 남의 땅에, 밭에, 마구 버리고 있다. 무지한 시골 촌노를 속여 파밭을 만드는데 복토재라 붓고는 담배 값을 받기도 한다. 또, 멀리 떨어진 도로 공사 현장으로 싣고 가서는 도로기층재로 불법 전용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사토장에서 돈 주고 실어왔다고 시치미 뗀다.
이렇듯 대한민국이 온통 불법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지는데 관심들이 없다. 아예 모르고 있거나 모른 척들 한다. 그리고는 뒤돌아서는 무슨 ‘지속가능한 개발’이니 하는 고상한 표현이나 쓰면서 목에 힘을 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더 한심하다. 불법오염현장을 발견해 정보를 제공하면, 오히려 뭐가 문제냐며 기업을 감싸준다. 뭐가 불법이고, 뭐가 문제인지 파악도 못한다. 현장 확인을 요청하면, 현장소장에 전화를 걸어 치우고, 덮으라고 제보까지 해준다.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사람들이 대기업들의 비리를 숨겨주는 충견역할을 하다니.
건설기술관리법시행규칙 제28조 2항에는 건설공사현장의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설계도서에 반영된 환경관련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환경관리비’를  명시하고 그 산출기준과 정산방법까지 나열하고 있지만, 그걸 지키는 공사현장은 단 한 곳도 없다.
공사업체들은 현실 이기주의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나중에 발생하는, 후손들이 떠맡게 될 환경오염문제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고도 무슨 배달민족이니 우수성이니 세계화니 떠들지들 말라.
말만 앞세우는 환경보전은 이제 그만하자. 보여주기 식, 과시형 환경 운동도 식상하다. ‘진짜 환경’을 하자.
물론 100% 완벽하게 환경법을 지키면서 건설사업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비용을 덜 들여 이윤을 더 남기려는 ‘의도적 불법’은 절대 용서될 수 없음을 잊지 말라.
건설공사비에는 분명 환경관리비가 포함돼 있다.

<일간환경신문 100호 2003년  12월  24일  수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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