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이 원전수거물 관리 시설을 관악산에 유치하자고 제안했다.
핵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생명공학계의 권위자 들이 앞장섰고 63명의 교수들이 동참했다.
이들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원전센터 유치가 주민 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전센터 사업에 대단히 중요한 국책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오랜 세월을 표류해왔음을 꼬집으며 서울대가 센터 유치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의하면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의 동굴 처분은 물론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시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처분에 대비해 지하연구시설을 유치하기에 매우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안사태를 지켜보며 학자적 양심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에 유치 제안을 하게 됐다고도 밝혔다.
국내 최고 지성으로 평가받는 서울대 교수들이 원전센터 유치를 단체로 제안하고 난 이후 벌써 적잖은 논란이 여러 곳에서 일고 있다.
서울대 본부는 명망 높은 교수들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제안한 유치안을 일단 접수한다고 밝혔으나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관악구청은 서울대 교수들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구청 측과 사전 한마디 상의 없이 즉흥적 발상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주민과 지자체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원전센터의 안전성 여부는 물론이고, 실제 이 제안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학내 학생과 교직원, 전체교수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물론, 관악구, 서울시, 군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서울대 부지가 포함되긴 했지만, 관악산은 서울대만의 소유가 아니며, 주변 지역주민, 나아가 관악산의 이용자, 우리 서울시민, 국민 모두의 산이다.
따라서 주민들,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 및 조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이벤트식 발표라는 지적은 결코 틀리지 않다.
하지만 서울대 교수들은 실제 원전센터 유치보다는 오랜 동안 표류하고 있는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학자적 양심을 자극하고 정부 및 관련 단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상징적 파급효과도 불러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서울대 교수들의 발표가 난 바로 다음 날 원전센터 건설을 찬성하는범부안군 국책사업 유치 추진연맹은 부안문제를 군민들끼리 해결하기 위해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에 대화기구 구성을 제의하는 등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원자력으로 인한 편익은 우리 국민들 모두가 얻었고, 또 반면 그 부수적인 고통도 모두가 나눠야 한다. 결국은 어디엔가는 만들어야 할 원전센터인데도 그동안 불합리한 추진의 결과 이렇게 크게 문제가 불거졌다. 그리고 지금 정부는 눈치만 보고, 지자체는 자기들 잇속만 챙기려는 가운데, 뜻있는 사람들만 안타까움과 시급함에 숨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늦진 않았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이 원전센터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내고 바로 추진해야한다. 용기있는 서울대 교수들의 원전센터 유치 제안에 박수를 보낸다.

<일간환경102호 2004년 1월 1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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