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는 금년 중 지금까지 규제위주로 운영해 오던 농지제도를 WTO/DDA,
쌀 재협상 등 여건변화에 대응해 영농규모화 등 농업경쟁력 강화와 농촌의 활력증진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농지제도를 대폭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국토환경 보전을 위해 우량농지는 최대한 보전하면서도, 영농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해 농지소유 및 이용제도를 혁신하고, 농촌활력이 증진되도록 전용제도 및 농지조성비제도를 대폭 개편하며 농지시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농지관리기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 중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 전용시 면적제한을 철폐하는 등 제한을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진흥지역 밖 농지전용 허가권한의 위임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농지전용규제 혁신은 투기와 난개발 방지를 위해 국토계획법상의 관리지역 세분화와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지자체 재정에 도움을 주면서도 무분별한 개발에는 제동을 건다는 안전장치도 확보하고 있다.
지역특구내의 농지에 대해서는 농지의 소유와 이용을 전면 자유화하고, 전용제한도 대폭 완화해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한다고 해 다양한 형태의 개발을 유도한 것도 돋보인다. 다만, 금번 개정내용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안이 있다. 농지를 전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일정수준 이상의 토양 혹은 이에 준하는 성토재, 복토재가 소요된다. 물론, 각 도시마다 계속되는 재개발의 부산물로 발생되는 많은 양의 건설폐기물이 있다. 분명 건설폐기물의 적절한 사용은 농지 전용과 매립지 수명연장이라는 목적에서 그 쓰임새가 크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볼 때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일 부지조성에 과연 어느 정도나 적법한 수준의 흙이 덮일지 의문이다.
논을 메워 파밭으로 만드는데도 이물질이 가득한 건설폐기물이 촌노를 속인채 부어졌고, 도로공사에서 걷어낸 폐아스콘과 폐콘크리트를 전답에 파묻었으며, 폐토사를 양질의 흙이라고 우기며 도로 기층재로 파묻었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농지전용규제가 완화될 때 토양환경을 과연 보장할 수 있을까.
지자체의 특성을 살리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소유자의 권한을 인정하는 농지전용 규제완화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발생 가능한 악영향을 방지하도록 한편에서는 분명히 환경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많은 현장에 어떤 종류의 건설폐기물이, 미확인폐기물들이 쏟아 부어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농지를 성토하기 위해 반입될 토양 혹은 건설폐기물에 대해 지자체가 책임지고 그 성분검사와 실물을 확인해야 하며, 위반시에는 가혹할 정도로 엄한 처벌을 하는 일벌백계가 있어야 우리 땅이 지켜질 것이다.
농림부는 금년 2월말까지 농지제도개선 시안을 마련한 후, 공청회, 농특위 등의 논의를 거쳐 5월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하반기 중 17대 국회에서 농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림부가 밝혔듯이 농지제도는 농업의 근간이며 국민경제 생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이 제도로 인해 발생 가능한 환경영향 뿐만 아니라 현실적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도 환경부 및 관련 부처와 사전에 면밀한 협의를 거쳐 모처럼 추진하는 좋은 제도가 또 다른 환경문제 야기와 비용발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땅이 죽으면 나라도 없다.

<일간환경신문 103호 2004년 1월 21일 수요일>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