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산업단지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그와 함께 대량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사람과 동식물, 생태계에 많은 위해를 끼쳐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폐기물 발생 및 토양오염, 해양 및 담수오염, 대기오염으로 인한 오존층파괴 및 지구온난화, 경관파괴 등은 산업단지가 안고 있는 힘든 과제들이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산업단지들은 신규 개발된 단지의 분양문제, 경기침제와 생산여건 악화로 인한 기업유출, 노후화 불량화로 인한 각종 사회 경제 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개선하고 산업경쟁력도 갖춘 새로운 개념의 산업단지로의 전환이나 개발의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즉, 자연친화적이면서 환경친화적이고, 고용 친화적이면서 지역 협력적이고 주민친화형의 생태산업단지가 앞으로 우리 산업계가 추구해야할 향로인 것이다.
지구차원의 미래목표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활동도 역시 생태적으로 재구조화돼야 한다.
생태산업단지(EIP : Eco Industrial Park)는 자원이용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업이 자연생태계의 순환법칙에 순응하면서 상호의존망을 형성해 한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이 다른 공장에 의해 이용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듯 에너지이용과 자연자원 소비, 폐기물발생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순환원칙을 이용함으로써 환경적으로 건전한 산업체계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향후 15년간 27개의 한국형 생태산업단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원부재료비절감, 폐기물처리비 절감 등 1조5천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생태산업단지 구축을 통해 기업이 오염물 감소에 따른 원가절감 및 환경개선효과를 얻고, 사회적으로 오염유발지역이라는 산업단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가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보다 기업간 네트웍구성 지원에 역점을 둘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선례들을 보면 생태산업단지의 성패 여부는 한마디로 규제가 얼마나 유연하고 합리적인가에 달려있음을 새겨 보아야 한다. 규제를 무조건 풀어주라는 것이 아니라 막강한 통제기구가 그 단지의 특성에 맞는 규제를 합리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위해폐기물을 단지내에서 연료로 소각하는 등 파격적인 운용을 허용하는 등 단지상황에 따라 규제가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어 실효를 거두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의 관련법과 여건을 고려할 때 과연 이런 유연성이 적용 가능할지 의문이다.
규제의 유연성과 더불어 중요한 또 한가지는 투명성 확보 및 정보공유가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생태산업단지 내에서 목표한 대로 물질순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지내 입주 업체들이 배출물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알려야 하는데, 이는 업체의 정보노출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흔들리면 생태산업단지라는 단어가 별 의미가 없다.
동경의 수퍼에코타운의 경우 단지에 폐기물처리업체들이 난립해 애초 목적한 바를 흐려놓았던 선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생태산업단지로의 전환 및 구축은 분명 우리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이지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자칫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오히려 그 비판의 강도는 이전 보다 몇 배 늘어날 것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제143호2004년 11월 17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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