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에 반대, 무기한 단식을 강행해 온 지율 스님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종교인들의 참회위원회가 발족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은 지율 스님을 위해 각 종교의 양식에 걸맞는 참회기도를 진행하고 사회적으로 고백과 성찰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선언해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지율 스님은 3차례의 장기 단식으로 깊은 인상을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키며 소리없는 웅변으로 다가와 사뭇 마음을 도리질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래도 이번 단식은 너무나 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다.
갓 100일을 넘었으니 범인의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음이 있다. 곡기를 끊고 물에 의지해 왔으니 육체적으로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학계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지율 스님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건강을 추스르기 위한 휴식과 요양이 절실하다. 어떤 이념과 명분도 이에 앞설 수 없으며, 스님의 모정 또한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불사하며 어미의 심정을 간청하고 있다.
만일의 하나로 유일한 첫 딸을 잃게 되면 그 또한 어미의 도리를 다하며 주저없이 죽음을 택하겠다는 단호한 작정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는 정부가 끝내 지율 스님의 요구를 거부한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지율 스님의 상징성에 기대어 정책변화를 기대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스님의 뜻에 공감하면서도 그것으로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더 많았던 셈이다.
스님의 단식은 정부를 향한 외침으로서는 실패했지만 국민 모두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자연의 생명 살리기에 나선 지율 스님의 참뜻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천성산 중단의 실패에 대한 진정한 고백이 요구되는 작금의 시류에 생명의 화두를 성숙하게 풀지 못한 우리들의 나약함에 지율 스님의 가녀린 옥체가 무사하길 비원한다.

제154호
2005년 2월 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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