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생분해로 스티로폼 분해 가능성을 엿보다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오솔잎 학생기자 = 배달 음식을 한 번 시키더라도 다량의 스티로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스티로폼은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보온 능력도 뛰어나다. 또 일반적으로 미생물로도 잘 분해되지 않아 포장재 및 단열재, 일용잡화품 등으로 쓰이기에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의 가면 뒤, 미생물로 잘 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오히려 환경 문제를 부추긴다는 문제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때이다.

스티로폼, 포장재로는 매력적, 환경에는 치명적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은 스타이렌 단량체가 중합된 고분자로, 벤젠 고리가 불규칙하게 혼성 배열된 구조를 지닌다. 폴리스타이렌의 일종인 EPS(Expanded Polystyrene)는 무색의 가벼운 물질인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티로폼이 이에 해당한다.

폴리스타이렌은 전기절연성이 뛰어나고 가볍지만 튼튼해 유동성이 좋으며 무취, 무독하다. 가공도 쉽고 내산성과 내알칼리성이 좋아 포장 용기, 아이스박스, 장난감, 단열재 등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방수성과 부력 또한 좋아 바다에서 부표로도 널리 이용된다.

이렇듯 상품 재료로서 매력적인 폴리스타이렌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400만t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긴 알케인에 페닐기가 여럿 붙은 구조의 폴리스타이렌은 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완전한 분해까지 500년이나 걸리는 폴리스타이렌은 썩지 않은 채 해양으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에 혼란을 빚는다. EPA에 따르면 스티로폼의 80%는 매립 처리되고, 약 5분의 1은 수역으로 흘러간다. 바닷새와 오징어 등의 각종 해양 생물이 스티로폼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면 번식력이 떨어지게 되며 어린 개체의 발육이 저해된다. 전 세계 매립지 쓰레기의 30%나 차지하는 스티로폼은 미국에서만 매일 약 1369t의 양이 묻히는데, 이를 접한 동물들은 장기가 손상되거나 질식에 이르는 비극을 맞이한다.

스티로폼의 제조 과정에서도 여러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제조 시 무려 50가지 이상의 화학 부산물이 발생한다. 특히 발암 물질인 스타이렌은 사람의 피부, 눈, 위장관 등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공정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오존이 대기로 반출돼 사람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밀웜, 기존의 미생물 생분해

스티로폼은 여전히 환경의 골칫거리이지만, 박테리아와 곰팡이 혹은 유충 등이 스티로폼을 분해해 유기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가 있다. 예시로는 학명 Tenebrio Bacillus sp. NB6라는 박테리아나 Zophobas atratus의 유충이 있다.

특히 다른 동물들의 먹이로 주로 이용되는 밀웜은 장내 미생물 균총을 통해 스티로폼을 효율적으로 분해해 유기물로 만드는 능력이 발견됐다. 한 달 동안 100마리의 밀웜에 매일 스티로폼 34~39mg을 꾸준히 제공한 결과 절반은 이산화탄소로, 나머지 절반은 헥사브로모시클로도데칸(HBCD)으로 배설된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밀웜 3000~4000마리가 일주일에 커피 컵 1잔 분량의 스티로폼을 분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밀웜에 의해 스티로폼의 90%가 24시간 이내로 분해됐고, 나머지마저도 48시간 내로 모두 배출돼 시간 소모 역시 적음이 드러났다. 밀웜의 배설물은 재배용 흙으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없었다는 사실 역시 정밀 분석을 통해 입증됐다. 또 해당 밀웜을 섭취한 새우가 정상 새우와 차이가 없는 등 추가 위험 사항도 없다는 점에서, 밀웜이 스티로폼 처리의 돌파구로 쓰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전남대학교 공동연구팀, 스티로폼 분해 미생물 발견

앞선 밀웜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미생물 역시 스티로폼을 분해할 가능성을 열었다. 올해 6월 전남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전남 일대에서 폴리스타이렌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아주 특수한 지역이 아닌, 일상의 도심 속에서 폴리스타이렌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발견되었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다.

해당 미생물은 Pseudomonas lini JNU01과 Acinetobacter johnsonii JNU01이다. 두 미생물은 전남대학교와 장흥의 토양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폴리스타이렌을 유일한 탄소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티로폼 생분해 미생물 후보로 선정된 두 미생물은 탁도 비교, FT-IR을 통한 화학 결합 그룹 관찰, 접촉각 변화를 통한 소수성 부분의 비교를 통해 폴리스타이렌에 대한 생분해성이 확인됐다.

대조군(a), (b)와 달리 다량의 구멍이 생긴 실험군 /사진제공 = 전남대학교 연구팀
대조군(a), (b)와 달리 다량의 구멍이 생긴 실험군 /사진제공 = 전남대학교 연구팀

사진은 대조군에 해당하는 PS film에 A. johnsonii JNU01과 P. lini JNU01을 각각 넣은 후 구멍 발생을 관찰해 생분해 여부를 나타낸 결과이다. FE-SEM으로 관찰했으며, 30일 동안 배양한 결과 표면적에서 폴리스타이렌 표면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것이 확인됐다. 더 높은 해상도로 관찰한 사진((e), (f))은 그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기존에도 미생물에 의한 스티로폼 분해 사례는 여러 번 관찰된 바가 있다. 하지만 멀지 않은, 주위의 평범한 장소에서도 이러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의가 있다. 두 미생물은 유전자 편집을 통한 상용화와 PS 업사이클링의 과정 규명에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로폼 오염은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 중 하나이다. 스티로폼 문제에 대한 단일 해결책은 없다. 앞선 미생물을 통해 스티로폼 분해의 희망을 얻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회용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환경친화적 포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아주 작은 미생물의 활약부터 개개인의 노력이 모두 이루어져야만 폐스티로폼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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