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간척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 정책의 특성상 여전한 논란의 여지를 낳고 있다.
환경단체 측과 생활의 터전을 일구고 사는 농민, 그리고 근교의 공군비행장 측이 서로의 주장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나름의 입장에서 내세우고 있는 주장은 시선의 각도에 따라 옳거나 그를 수 있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생계가 걸려 있는 일이기에 더욱 더 간절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것은 100일 동안 단식을 하고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가 추은 날씨에 떨면서 시위를 해야만 환경을 지키는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사소하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이 사소한 것이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실천일지도 모른다.
바로 양보라는 것이다. 지구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300만의 넘는 종류의 생물들 중에서 유독 인간만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유구한 일류사를 통해서 몸에 밴 습관이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양보라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맑은 햇빛 한줌을 나무에게 양보하고, 정겨운 내음 가득한 흙 한줌을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게 양보하고, 싱그러운 물 한 모금을 작은 물고기에게 양보하고...
그렇게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
어쩌면 필자는 지금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떠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상향이 가치를 가진다면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상향의 이름을 달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서산간척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밀렵행위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철새 서식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가 일절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일부 땅주인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각종 불이익에 우려를 표명하며, 영농시 농약살포 등이 규제되고 각종 개발사업도 불가능해질 것을 걱정하면서 반대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인근 공군비행장은 활주로에서 불과 2~3㎞ 떨어진 간척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각종 철새가 크게 늘어나 전투기 추락사고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시 한 번 작은 양보의 실천을 이야기해 본다. 먼 길을 마다않고 날아온 기러기의 지친 날개를 잠시 쉬게 할 수 있는 작은 땅덩어리쯤 양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안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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