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보급에만 치중··· 온실가스 감축 수단 한계
에너지전환포럼, 실현 가능한 부문별 효율화 전략 제시

에너지전환포럼은 10월22일 '탄소중립과 에너지효율'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전환포럼은 10월22일 '탄소중립과 에너지효율'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에너지전환포럼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탄소중립과 에너지효율’을 주제로 10월22일 온라인 토론회가 열렸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김현권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주요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온실가스를 줄일 감축수단을 찾는다면서도 에너지효율을 친환경적으로 높이는 일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토론 참석자들은 변화를 촉구했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에너지효율 문제에 대해 현실을 반영한 전략이 준비가 안 돼 있다. 재생에너지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면서 “에너지효율 부문의 비상대책을 세워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정부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장밋빛 청사진에서 설정됐다. 전문가들은 그 실현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했다. 농업, 전기차 폐배터리, 건물에너지 방면의 결함들이 지적됐다.  

박종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중심의 대량 생산주의 농정에서 사람과 환경 중심의 다기능적 농정으로의 전환이 급하다”면서 “그 과정에선 생물다양성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결국 농업의 탄소중립은 종합적인 관점에서 봐야 답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자급률 올려야 하는데 농지는 줄어 

박 사무총장은 식량 수급에 있어 수입 의존이 심한 국내의 상황을 감안하면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 수입에 따른 탄소배출량이 지난 2019년 기준 1146여만톤(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에 이르는 등 수입농산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태양광 발전과 산업단지 조성 명목으로 갈수록 농지는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박종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탄소농사'의 구현을 탄소중립의 주요 가치로 강조했다. /자료제공=한국친환경농업협회 
박종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탄소농사'의 구현을 탄소중립의 주요 가치로 강조했다. /자료제공=한국친환경농업협회 

수입사료에 크게 의존하는 축산을 경축순환농업으로 바꾸자고도 피력했다.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것을 겸업하게 만들어 발생된 가축분뇨로 작물을 기르고, 볏짚 등 작물의 부산물을 가축의 사료로 재사용하는 체계로 적극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그는 예상되는 축산농가의 반발에 대해선 “농가를 설득할 수 있는 경영안전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탄소중립은 ‘탄소농사’, ‘지역단위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현시켜야 하는 것 등 그 가치도 상기시켰다. 박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흡수원인 토양을 기후위기를 완화시킬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해서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업을 확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농지를 파괴하면서까지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지 말고 도심의 건물이나 옥상, 외벽 등 최대한 도시 내에서 자립할 방안을 찾는 식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에 대해 진단한 류성필 제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 단장은 한국이 이차전지 제조시장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산업가치를 이차전지 분야에서 찾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류 단장은 폐배터리의 재활용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재순환하는 체계를 구현하려면 진단관리 등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기술이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부터 잉여전력이 발생할 때 폐배터리와 연계될 수 있는 기술은 더욱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류평 KT 고객본부 본부장은 “국가와 국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이 실현돼야만 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농업‧폐배터리‧건물 부문 종합적, 세밀한 탄소중립 전략 필요

‘식량자급률, 토양흡수원, 공기열원설비’ 난제 해결 서둘러야

태양광 가치, ‘자가소비형’일 때 지속될 것  

먼저 신재생에너지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태양광 확대에 따른 효율적인 비용관리부터가 중요하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는 경제논리로 인해 ‘자가소비형’의 태양광발전보다 ‘발전소비형’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는 데서 문제를 찾았다. 현재의 방식으론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구입비용을 지속적으로 키워 추진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문제와도 관련된다. 서울지역이 내뿜는 온실가스 가운데 건물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44%)은 30년 이상된 노후 건물들이다. 이러한 기존 건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더욱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류 본부장은 “결국 자가소비형 태양광을 건물과 산업 부문에 활발히 적용하고 냉난방에너지를 절감할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공기열원설비를 하루속히 신재생에너지로 지정하자”고 요구했다. 

공기열원설비는 대기 중의 공기를 냉각시켜 얻은 열을 난방에 쓰는 방식이다. 유럽연합,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에 빠져 있다. 

건물의 가스 냉·난방 설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제도적 근거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환경일보DB 

공기열원설비 보급··· 정책이 답해야 

건물의 냉·난방 과정에 공기열원설비를 활용하면 화석연료를 뗄 때보다 온실가스 발생이 줄어든다. 류 본부장은 “자가소비형 태양광에 공기열원설비를 접목, 냉난방 설비가 작동되는 낮시간의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 공기열원설비를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심야시간의 전기를 충전해 낮 동안 냉난방 설비를 가동하는 ‘공기열원설비·ESS’ 연계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당장 주목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건축물 냉방설치 설치기준이나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에 관한 규정엔 ‘가스’로 냉방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 냉방은 온실가스인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다.

류 본부장은 “탄소중립과 상충되는 기존규정을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기업들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캠페인)과 ESG 경영 전환의 실천을 약속하는 것만큼 자신들의 건물에서 가스 냉·난방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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