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 때 아닌 왕우렁이 비상이 걸렸다.
왕우렁이는 지난 83년 식용으로 도입이 승인됐지만, 왕성한 식욕으로 논 잡초를 제거한다고 알려지면서 92년부터 대량 양식돼 ‘꿩먹고 알먹는’ 친환경농법수단으로 인기를 끌어왔었다. 그러나 환경부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잡초제거용으로 우리나라 많은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왕우렁이가 겨울에도 살아남았다가 이듬해 봄 벼를 갉아먹는 어이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남미 아열대지역이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80년대초 동남아 유입 후 뛰어난 번식력으로 토종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때는 북미지역이 원산지이며 참개구리 몸집의 두 배가 넘는 황소개구리가 식용으로 도입됐다가 곤충, 달팽이, 물고기, 새우, 개구리, 심지어 뱀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우리 생태계를 망쳐 국가차원의 제거노력이 이뤄지기도 했다.
생태계는 오랜 기간 먹이사슬에 의해 먹고, 먹히며 그 균형을 이뤄왔다. 아무리 뛰어난 컴퓨터로도 만들거나 복원할 수 없는, 헤아릴 수 없는 변수들이 복잡다기한 메카니즘을 거치면서 상호 영향이 조절된 ‘안정 상태’다. 터널굴착, 교량설치, 도로신설 등 대형건설공사도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만, 이보다 훨씬 강력히 단기간에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고, 또 한번 도입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외래침입종이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은 고유종의 치명적 피해뿐만 아니라 신종전염병 창궐, 방제비용 소요 등 결국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손실까지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중국 양쯔강이 원산지인 가물치, 얼룩말 홍합, 흑고니, 노르웨이 들쥐 등 외래침입종으로 인한 피해가 매년 1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70년대 초부터 주로 식용, 농가소득용, 방생용, 애완용으로 외래종의 도입이 시작됐다.
문제는 외래종에 대한 생태계위해성 평가가 전혀 없이 도입이 이뤄졌으며, 이번 왕우렁이의 경우처럼 외래종의 놀라운 생존력을 무시하는 등 충분한 사전지식이 없었으며, 도입 후 관찰 및 관리도 지극히 부실했다는 것이다.
정월대보름날 방생하는 붉은귀거북이나 큰입베스, 블루길, 떡붕어 등도 우리 고유어종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생태계의 무법자다. 지금도 심지어 거미, 전갈, 지네, 거머리까지 아무 제재 없이 수입되고 있는 실정을 볼 때 앞으로도 계속 외래침입종은 늘어날 것이며, 우리 생태계에의 잠재적 위해가능성은 높아만 가고 있다.
식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산 1년생 풀인 돼지풀은 토양파괴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미국산 개망초는 타 식물의 번식을 방해하며, 미국자리공과 유럽산 토끼풀도 자생 잔디를 단기간 내 몰아내고 있다.
외래침입종으로부터 우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중장기적, 다각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지금이라도 공식 반입되는 외래종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충분한 시간과 전문인력, 예산을 배정해서 정기적으로 우리 생태계 현황과 다양한 외래침입종 분포 현황, 이로 인한 피해 등을 조사해 효과적인 대책수립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이미 퍼져있는 외래침입종은 대국민 홍보, 인력동원을 통해 직접 포획하는 방법과 더불어 뱀, 부엉이 등 천적을 발굴 보호하면서 먹이사슬로 인한 자연적 개체수 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평가하고, ‘사후’에 관리해야 한다.

제157호
2005년 3월 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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