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99년 기술표준원 고분자섬유과 과장을 시작으로 산자부내 최초 여성과장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강혜정 과장. 지난해 12월, 같은 기술표준원내에서 새로운 여성과장의 탄생으로 6년만에 최초 과장이란 기록 경신과 더불어 산자부내 여성과장의 쌍두마차를 열게 됐다. 생활복지과장에서 지금의 생물환경표준과장으로 자리한지 이제 4개월을 맞은 강혜정 과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보이지 않는 장벽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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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했다고 발표를 하는데 어떻게 그 수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디서 그 수치를 기록했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고 각 국가마다 평가방법도 다르고 기준치도 다르니 결과 역시 다를 수밖에 없죠. 여기서 바로 ‘표준’의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KS마크만 있으면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인증마크이다. 이젠 각 나라마다 표준 기준을 달리 하고 다보니 결국 국가적 표준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만들어진 것이다.
강 과장은 강조한다. 앞으로의 할 일은 우리만의 기준을 만드는게 아니라 국제 표준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표준제정을 놓고 각 국가의 피 튀기는 혈전 아닌 혈전이 벌어질 정도로  국익과 직결되는 현안은 기를 쓰고 싸운다고 한다. 국내상황을 최대한 반영하고 국내 기업환경에 유리하도록 하는게 바로 그것인데, 정보통신 부문에 있어서는 제정된 기준 하나로 수천억이 오르내린다고 하는데, 하물며 환경분야는 어떻겠는가. 그 보이지 않는 손실은 가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환경부의 일인 것만 같은 온실가스 저감, 실내공기질 저감과 관련해서도 산자부에서 할 일이 많다. 각 평가지표와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그것이다.
“생물에 있어 안전성, 위해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지만 생물산업분야가 이제야 뜨고 있는 상황인만큼 체계가 안 되어 있는게 현실이죠. 그러한 체계 및 기준을 만드는게 바로 생물환경표준과에서 하는 일입니다.”
생물만 따져도 너무나 광범위하지만 ‘환경’도 만만치 않을 정도로 할 일이 태산이다.
“기후변화협약 추진에 따른 실천적인 전략을 추진하는게 당장 할 일입니다. 이제까지는 기업의 환경관리에만 중점을 둬 왔지만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실천하는 다원화된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근 추진하게 된게 바로 ‘어린이 ISO14000프로그램’입니다. 하나의 선언적인 의미가 될 수 있고 국민적인 운동으로도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가정에 대한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에게 사명감을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는 ‘어린이 ISO14000프로그램’은 올 여름방학 강남·강북 2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우아한 백조의 치열한 발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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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자고나면 생겨나는 환경규제에 직원들이 집에서 밥 먹는 날이 없을 정도예요.”
이러한 직원들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달리 비상구가 없는게 미안할 뿐이다.
지금의 생물환경표준과에서 생물산업과 환경산업을 분리해도 그 일이 넘쳐날텐데 이 두 업무를 모두 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강혜정 과장은 무엇보다 인력보강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라고 한다.
“전통산업과는 달리 생물이나 환경산업 모두 최근 부각되기 시작하고 한창 해야 할 일이 많은 소위 ‘뜨는 산업’인 만큼 지원이 따라야죠. 적은 인력으로 그나마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만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니 상대적으로 놓치는 사안들은 결국 놓치는 셈이죠.”
정부지원과 더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유독 공무원에 대해서만큼 너무도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쉽다고 한다. 고상한 백조라지만 물 밑에서는 치열한 발놀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주니 말이다.


10년후... 지금과 다른 삶

“여성·남성을 떠나 일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단순한 밥벌이 수단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산자부에서의 생활이 마냥 쉬웠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이 달라졌다지만 전통관습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남성이 가정과 육아를 책임지지는 안잖아요. 그런만큼 여성은 가정에 또는 직장에 소홀할 수 있죠. 조금만 못하면 바로 표가 나고 ‘그래서 안 된다’는 식의 비난이 쏟아지죠. 철저한 직업정신만이 일하는 여성이 성공하는 길입니다.”
강 과장은 직원들에게도 항상 ‘프로의식’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결혼, 육아 등의 이유로 상대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프로정신이 약할 수 있지만 여성이기 이전에 프로라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술한잔 못 마시면서도 끝까지 술자리에 남을 수 있는 힘(!)도 바로 이런 프로정신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남자 과장이었다면 밤새도록 함께 술 마시고 얘기하면서 풀 수 있는 부분인데 제가 그 유일한 통로를 막고 싶지는 않거든요. 술자리를 많이 즐기지 못하는 대신 전 직원이 함께 하는 야유회를 통해 1박2일로 직원들의 얘기를 한꺼번에 듣고 있죠.”
일하는 동안만큼은 놓치고 싶은게 없을 만큼 욕심도 많은 그녀이다. 하지만 그녀의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하는 동안의 역할이 끝나면 그와는 정반대의 삶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33살까지는 공부만 계속했고 그 이후는 일에만 매달려 왔어요. 결국 이제까지 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산거죠. 그런 면에서 가족에게 많이 미안하지만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동안은 보다 최선을 다 하고 정년이 되기 전에 사회로 봉사하고 싶습니다. 일하며 사는 인생도 보람있지만 그 인생만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일을 떠나게 된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공부와 일로 인생을 마무리 짓기엔 너무 허무하지 않겠냐는 강혜정 과장. 일에서는 냉철한 프로지만 따뜻한 가슴을 결코 잃지 않는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엿보인다. <글·사진/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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