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후 기업·정부에 대한 시민의 사회적 감시 필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 시행된다. 2017년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처음 발의했으나 자동 폐기됐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고, 한 해 수백명이 건설현장에서 사망하자 21대 국회에서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돼 민주당과 국민의힘 합의로 지난해 1월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중 사망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곳의 71%가 건설업체 현장이었다. 건설현장 1만2000곳은 정부가 제공한 업종별 자율점검표를 통해 점검을 마쳤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고 예방 노력과 별개로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의 사고 발생책임 여부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 요인에 따른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로 본다. 

지난해 4월 평택항 이선호군 사망사고 책임자들은 1월 13일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노동부와 검찰 수사 결과 안전사고 예방 계획과 사전안전교육, 현장 관리, 감독과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명백한 산업재해였다. 두 달 뒤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나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장소장과 하도급업체 관리자, 재하도급업체 대표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받고 원청인 기업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대형 건설사들은 법 시행 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 부문 대표이사직을 신설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표이사 처벌을 막기 위한 대형로펌의 안전시장 진출도 증가했다.

대표이사의 기소 여부를 두고 수많은 법정 다툼도 예상된다. 1월 20일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아직 우리 사회 안전문화와 재해예방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노동부는 검찰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법안 대응 TF를 구성해 법적 쟁점과 수사 절차 등을 논의해 왔다.

이처럼 정부의 다양한 판단 기구 설치와 인력 충원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대표이사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를 ‘1명 이상 사망에서 3명 이상 사망자가 1년 내 반복 발생’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3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중장비에 부딪혀 죽었다. 1월 19일에는 안전그물망이 설치되지 않은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50대 근로자가 사망했다. 그 다음날 제철소 공장에서 40대 하청업체 직원이 장입차와 벽체 사이 공간에 몸이 끼여 숨졌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사고를 방치하거나 방조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양형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법 제정의 효능은 대표이사 처벌에 있지 않다. 사람이 중대재해로 죽거나 다치지 않는 것이 목적이다. 경영계는 면책조항 신설도 요구하고 있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다. 법 제정에 이어 기업과 정부에 대한 시민의 사회적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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