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처리시 토양 폐토화 우려

감염성폐기물 처리기준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소수 병원들은 여전히 주사바늘의 전용용기를 사용치 않고 배출하거나 손상성 상태로 처리해 용기이동시 2차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환경보건학계는 이와 같은 실정에 장기적인 정책 수립은 물론, 병원 근무자들의 안전과 업무기피에 대한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 남양주 소재 O병원의 경우 평소 사용하고 있는 주사바늘(니들)을 전용용기에 분리할 때 박스로 이송, 처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주사바늘의 전용 용기가 별도로 있느냐”고 반문한 뒤 별다른 의식없이 일괄 수거해 종이 박스에 보관하는데 그쳤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감염성폐기물의 전용용기 배출기준이 강화되면서 주사바늘을 별도 처리하는 전용용기가 개인 업체에서 시험연구원의 승인을 받아 독점 판매해 사실상 번거로운 과정을 치르기 일쑤이다.
국내 주사바늘 용기를 제작하는 회사는 당초 1개사에 불과했지만, 4개 업체로 늘어난뒤 실제수거 작업시는 통제없이 작업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구 J병원과 신월5동 S병원 관계자는“대부분의 병원들은 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며 “시간을 갖고 점진적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업체의 독점공급으로 제때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전용용기에 오렌지색 비닐봉지를 용기안에 넣어 사용하다 보면 대부분 빈공간이 생겨 비용손실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일반 병원에서 사용한 감염성 니들은 배출시 지정된 용기에 혼합 배출토록 규정되지만, 용기 운반시 바늘에 찔리는 등 예기치 못한 감염사고마저 도사리고 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이모 간호사는“사용한 주사기에서 분리된 니들처리에 그 동안 안전의식이 가벼웠던 게 사실”이라며 “전용 용기에 처리하되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의료원의 김영경간호사는“시린지에서 주입이 끝난 뒤 니들을 제거할때 간혹 찔리는 예가 있어 자칫 재감염 우려가 높다”면서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 강동구 관련 업체의 P상사 황모 대표는“본래 주사바늘과 몸통을 따로 나눠 소각 또는 재활용하고 있으나 소각업체의 기득권과 수익이 연계돼 소각장에서 전량 태우는 것으로 관례화 됐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용기를 사용한후 수거시 일정량이 용기에 차면 전용용기에 혼합해 중간처리 시설로 이송한다는 것이다. 소각처리장의 소각로 적용법은 900℃에서 1,100℃로 명시됐으나 스텐으로 된 니들은 용융이 안된채 형체 그대로 탄화만 남아 매립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물과 뒤섞인 니들은 최종 처리되지 않고 매립지로 옮겨져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의 최길용 연구사는 “주사바늘이 매립지에 혼합돼 있는 토양에는 녹슬지 않은 니들이 토양의 폐토화를 일으켜 지력회복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정도로 지장을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환경부 산업폐기물과 관계자는“국내 13개 관련 소각업체는 기술적인 노하우로 정상처리 되고 있다”며 “니들을 전량 수거해 고온처리하는 만큼 제도적인 개선은 아직 시기상조로 추진계획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권병창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