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각박하고 힘들다보니 종교나 미신에 빠지거나 아예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서 홀로 은둔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예비도사(?)분들이 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주말이면 등산을 자주 가는 필자의 경우 집 주위의 제법 유명한 산들을 답사하다 보면 계곡이나 큼직한 바위가 있는 터에는 기도나 제사를 지낸 무속행위의 흔적이 눈에 자주 띈다. 어떤 이는 계곡에 텐트와 움막을 치고 숙식도 하는 모양이다.


신앙의 차원에서 본인과 가족의 발복을 위해 신께 기원하는 의식이야 뭐라 할 순 없지만 그들의 작은 무관심이 엄청난 재앙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기도며 제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제는 그네들이 처리하지 못한 촛불과 향 등 작은 불씨가 건조한 산야를 위협하는데 있다.







 


얼마 전 강원도 양양의 대규모 산불소식에 이어 충북 영동에서도 20ha가 타는 산불이 발생해 마을 주민이 대피하고 천년고찰 ‘영국사’마저 소실될 위기에 처하는 등 대형 산불소식이 연이어 이슈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산불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산불발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논, 밭두렁 태우기와 입산 등산객들의 실화, 어린이의 불장난 등 사소한 부주의에 의한 인위적 요인으로 산이 생활 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산불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영동지역 천태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은 산에서 홀로 움막을 짓고 살아가는 50대의 한 남자가 밥을 지어 먹고 외출을 한 뒤 남아 있던 불씨가 바람에 날려 주변에 쌓아 놓은 나무 더미로 옮겨 붙으며 산으로 번졌다고 한다.


그 댓가로 인근 마을 주민 100여 가구가 두 눈 멀쩡히 뜨고 삶의 터전이 불타 없어지는 잔혹한 불구경을 봐야했으며, 소방관, 군인, 공무원, 주민 등 1천300명과 헬기 14대가 투입됐으나 불길을 잡는데 역부족인 상황을 낳았다.


불을 낸 남자 역시 한때 영국사에서도 생활한 적이 있었으며 몇 해 전부터 홀로 산속으로 들어가 은둔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언론의 일원으로서 요즘 부쩍 산야를 누비는 일이 많아졌다.


겨울이면 밀렵의 잔재인 올무와 덫이 산속의 주인인 동물들을 위협하고 이른 봄철이면 산허리를 휘감은 그물이 뱀의 씨를 말려 생태계를 파괴한다.


건조기가 지속되는 요즈음 보름달을 바라보며 염원을 기원하던 방심한 촛불의 잔영에 온 산야가 떨고 있음을 산을 찾는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백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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