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국회 토론, 보건·물·농축산 등 분야 해법 제시
IPCC 평가보고서, ‘연쇄적 리스크’ 재경고···기후변화 정보 체계 손질 불가피

최근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됐다. 기후변화로 건조해진 산림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제공=산림청
최근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됐다. 기후변화로 건조해진 산림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제공=산림청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위기 대응책의 방향을 이끌 오피니언 리더들이 22일 머리를 맞댔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새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무엇을 담아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들은 앞서(2.14~2.28) 열린 제55차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 총회에서 나온 ‘6차 평가보고서(AR6)-제2실무그룹 보고서(WG2)’의 시사점에 주목했다.

WG2는 ▷기후변화는 인류에 기인하며 자연적 기후변동을 넘어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상호의존적이나 현재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개발로 리스크는 증가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는 1.5℃ 이상 높아지고 복합·연쇄적 리스크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 등을 확인시켰다. 동시에 ‘리스크의 정도는 우리의 대응 노력에 달렸다’고도 강조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밑으로 막는 건 여름철 북극 해빙이 사라지고 시베리아 동토가 녹아 메탄이 방출되는 것을 피할 마지노선이다. 임계점을 넘었을 시 생태계, 인간계에 미칠 영향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발표된 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WG1)에서 ‘현재까지 1.07℃ 온난화가 진행됐으며 향후 20년 내 1.5℃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번 WG2는 경고의 연장이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적응의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는 경고다. 그래야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덜 위험해질 수 있다.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KEI) 원장은 “작년 WG1 실무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는 경로를 따르더라도 앞으로 20년 내 지구는 1.5℃ 상승을 경험할 것을 암시한다”며 “이러한 환경에 대한 적응책이 절실하다. 새정부에선 기후위기 적응 정책이 더욱 구체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제우 KEI 국가기후환경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은 제55차 IPCC 총회 당시에 대해 말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동참을 촉구하고 개도국은 선진국의 과거 책임을 묻는 구도적 갈등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새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무엇을 담아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제공=국회기후변화포럼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새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무엇을 담아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제공=국회기후변화포럼

이어 “자연기반해법(NbS), 생태계기반적응(EbA)이 쟁점이 됐고 각 참여국은 각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신지영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기후변화 및 기후영향 자료 구축 ▷기후위험 평가 체계 및 방법론 ▷수요자 중심 정보 생산 ▷활용 목적에 맞는 도구 제공 ▷정보의 지속적이고 주기적 공개 ▷경계조직 기능 강화 등을 콕 짚어 강조했다. 

정보 매개체 ‘경계조직’ 역할 중요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자료 구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부터 현재가 어땠는지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지 모델링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신 센터장은 “이렇게 자료들을 구축한 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기후변화 위험이 무엇인지를 평가하고, 그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과정이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정보들이 원활히 활용되려면 활용 목적에 맞는 도구들이 필요하다”면서 “정보는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공개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보를 대중들이 이해하도록 전달하면서 역으로 대중들이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연결해 줄 수 있는 경계조직의 기능도 필수”라고 당부했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보건계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보건정책에서의 적응 사업이 뚜렷하게 추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과 민간 보건 조직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대할 순 없다”며 기후위기 대응 보건 분야 ‘전담 부서’ 신설을 요구했다. 보건당국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기후위기 대응 보건계획’ 수립도 강조했다.

코로나는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정책에서의 뚜렷한 기후변화 적응 사업이 없다는 우려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보건계획' 수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진=환경일보DB
코로나는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정책에서의 뚜렷한 기후변화 적응 사업이 없다는 우려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보건계획' 수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진=환경일보DB

안종호 KEI 물국토연구본부장은 “물 관련 종사자 및 정부 모두가 물관리 운영절차에 변화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물 계획을 수행하는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의 물관리 계획으론 기후위기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농·축산 쪽에선 농식품 생산기반 구축, 식량위기 등에 걸친 고민을 토로했다. 농·축산물 생산 환경의 지속적인 변화에 대비할 수 없는 상태란 것이다. 

심교문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 최소화와 농업인의 적응력 향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식량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곡물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조달체계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수산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해양수산분야는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영역”이라며 “기후변화에 따른 단기적 영향과 장기적 영향을 구분한 이원적인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대적 과제 ‘전환적 적응’

국토·도시적 관점에서 보면 미래는 더욱 담보할 수 없었다. 기후변화로 물, 건강, 식량, 에너지 수요 등이 위협을 받으면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피해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는 양극화 심화와 동시에 취약계층의 고립, 사회경제활동의 저하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강조되는 건 ‘전환적 적응’이다.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전환적 적응은 기존의 단기적이고 점진적인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개념”이라면서 “도시에서 증가되는 손실과 피해를 줄이려면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래서 전환적 적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인류는 생태계 없이 살아갈 수 없으므로 기후, 인간시스템, 생태계 상호작용을 고려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자연기반해법’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피해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기존의 단기적이고 점진적인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전환적 전환' 개념
기후변화에 따라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피해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기존의 단기적이고 점진적인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전환적 전환' 개념 도입이이 요구된다.  

그는 “당면한 위험성을 국민이 제대로 공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강조할 수 밖엔 없다”면서 “관리 주체들의 포괄적인 리더쉽과 투명한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가능한 기후 상태, 상응하는 영향의 정도를 파악해야 하는 당장의 과제가 따르고 있었으나 이 또한 어려웠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팀장은 “기후변화 적응·완화에 필요한 다양한 감시·예측 정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제공하기 위해선 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 지속과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안정적인 연구조직 환경이 구축돼야 선진 수준의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기후적응 취지 무색한 정보 체계  

임재현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지침, 의사결정 지원 도구, 적응 솔루션 등 과학 기반의 신뢰성 높은 정보가 생산돼야 한다”면서도 “현재 기후변화 적응 정보는 공급자 위주로 제공되고 있으며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단일화된 시스템은 부재하다”고 인식했다.

이날 정부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민중기 환경부 신기후체재대응팀장은 “기후변화 적응 옵션을 고려한 평가도구의 개선·개발, 적응 대책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등 평가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8월 말 국회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3월2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동법은 기후위기 적응 및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재정▷기술▷제도 등의 기반을 갖춰 탄소중립을 원활히 달성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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