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소기업전시회나 박람회를 가보면 가장 먼저 고객의 눈에 띄는게 바로 ISO인증서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이러한 인증서를 보기도 힘들었거니와 ISO인증을 받은 기업은 정말 대단한 기업으로 여겨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업이나 인증기관에서조차 인증서의 의미가 예전같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 물론 그래도 어디까지나 국제표준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발급 받으려고 하지만 말이다.
바로 현 ISO인증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인증을 쉽고 빠르게 받으려하고 인증기관에서 조차도 조건이 됐건 안 됐건 발급을 해줄 수밖에 없는 폐쇄적인 시스템이 점차 ISO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직접 인증을 심사하는 한 심의관은 “실제 심사를 나가보면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심의는 회사에서 보내온 서류만으로 인증서를 발급하는 등 ISO인증을 받으려는 기업이나 심의기관이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
ISO는 ‘투자’이지 ‘비용’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과연 현실에서 이렇게 적용되는 곳이 몇 곳이나 될지 의문이다. 차후관리는 커녕 담당기관에서도 행정편의로 서류상의 기록만을 체크하고 있을뿐이다.
우리나라에 ISO체제가 도입된지도 어느덧 10여년이 넘어서고 있다. 벌써부터 아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 년전부터 이러한 위기를 느껴왔으며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예상해 왔다는 말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이미 문제는 성급한 도입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ISO는 원사이즈 기성복으로, 유수의 중소기업들은 작던 크던 걸쳐 입을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볼 수 있다. ISO 인증은 결코 기성화 될 수 없는 기업 고유의 영역이다.
기업에 딱 맞는 맞춤옷을 제공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시스템이 조속히 만들어져야한다.

제167호
2005년 5월 1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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