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피부, 유난히 동그란 눈망울, 그리고 인중에 붙인 빨간점 ‘인디‘까지 언급한다면 단연 인도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전형적인 인도인의 모습을 한 인도 라자스탄의 어린이의회 의원들이 지난달 26일 ‘정부혁신 세계포럼‘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어린이의 성공적인 참여가 지역사회의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발표했는데 발표를 하루 앞두고 트레이닝이 한창인 의회 장관님들(?)과 그중에서도 유난히 돗보이는 환경부 장관 Manju Jat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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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Manju Jat에게 최근 의회 현안을 묻자, "아무래도 인도에서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수‘라고 할 수 있으며 더군다나 최근 5년동안 가뭄 탓에 더욱 문제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마냥 뛰어놀기만 할 것 같은 어린이 입에서 인도의 식수문제를 언급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은 물론 의회 어린이들도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어린이의 의견이 무엇보다도 적극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솔직히 ‘무늬만 어린이의회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의회임원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이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 플라스틱의 처리나 쓰레기 재활용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한다.
현재 인도에서는 식수난과 더불어 무차별적인 벌목도 심각한 문제이며 벌목문제의 대안책으로 ‘한그루 나무 자를 때 5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까지 진행되는 상황이다.
국내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어린이의회 의원은 환경부 장관 Manju Jat와 더불어 어린이의회 수상, 법무부, 산자부, 공보부 장관 등으로 그들의 연령대가 11~14세인데다 공보부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가 여자어린이로 구성되어 있어 인도 어린이의회에서의 여성파워도 만만찮음을 느낄 수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여자어린이들이 가정생활과 노동을 함께 하면서 보다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아이들이 어린이의회까지 구성해 벌써 10년이 넘도록 꾸려오고 있으며 의원직을 물러나도 그들의 모범적인 행동은 계속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의회 수상을 지낸 Kaushalya는 결혼 후 남편의 마을에 식수공급을 위한 수도관을 설치하도록 마을의 가정들을 설득했고 약간의 비용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을 주민들에게 제공했으며 어린이의회의 대변인이었던 Dev Karan도 마을주민들로부터 기금을 모아 마을주민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수도관을 마을에 유치한 바 있다.
현재 진행중인 어린이의회 활동성과도 만만찮다. 우선 야학의 출석률과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어린이를 무시했던 지역공통체의 관행도 깨나가고 있다. 환경측면에서도 태양에너지시스템 구축과 수동식펌프와 빗물수집기 설치, 낙농을 위한 기술 지원, 토착 수공예품 제작과 판매를 위한 훈련과 지원 등 마을의 생활 개선에 필요한 예산 조항을 넣을 것을 지방 정부에 요청할만큼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의회내에서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회를 벗어나면 Manju Jat도 여느 어린이들과 똑같은 12살 꼬마가 된다. 친구들이 수다떨며 노는 모습에 자꾸 눈을 흘기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과 수다떨기 좋아하고 메니큐어 바르는 것도 좋아하는 영락없는 초등학생의 모습이 엿보인다.
Manju Jat의 장래희망은 선생님! 그중에서도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Manju Jat의 오늘이 앞날에 있어서도 큰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글·사진/강재옥 기자>

고로, 라자스탄은 인도에서도 가난한 주에 속하는 지역으로 그간 어린이들이 가정과 지역사회에 노동을 통해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다는데 주목해 ‘93년 처음으로 어린이의회가 시작됐다.
어린이의회는 신분과 성별,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학교와 지역사회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유권자는 야학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이다.
인근 2-3개의 야학이 한 선거구가 되어 1명의 의원을 선출하게 되는데 후보자 자격도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우선 11-12세로 선거인으로 등록된 어린이어야 하며 야학에서 3학년 이상 수학하고 출석률이 60% 이상인 어린이여만 한다. 또한 부모와 마을교육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어린이만이 후보자 자격에 오를 수 있다.
더욱이 150개의 야학 학생들은 동시에 비밀투표로 의원을 선출하며, 선출된 의원들 안에서 수상과 각 부처 장관, 대변인을 선출한다. 임기는 2년에서 2년 반, 현재 5기 의회가 활동중이며 의원 수는 56명,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연다고 한다. 

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에는 이와같은 어린이의회가 없을뿐더러 어린이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창고조차 없다는 것이다. 물론 추진은 계속 해왔다지만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만 봐도 어른들의 목소리에 눌려 어린이들의 소중한 한마디가 외면되고 있는건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린이의회 의원들의 요청으로 만나게 된 한국 학생들
과 포즈를 취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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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놀고싶은 생각에 통역관에게 투정부리는 Manju Jat의 모습 ⓒ환경방송




























인도 어린이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메니큐어를 발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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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할 것 없이 디지털카메라에 큰 관심을 보였다. ⓒ환경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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