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세 강화‧‧‧ 품목 5개→9개, 본격적인 시행도 1년 앞당겨
국내 RE100 기업 중 실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은 LG‧현대자동차 2곳뿐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 초안을 발표하고, 작년 말 한층 강화된 EU 의회 수정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 초안을 발표하고, 작년 말 한층 강화된 EU 의회 수정안을 공개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올해 4월 EU환경위원회가 CBAM(탄소국경조정세) 개정 내용을 발표함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무역장벽으로 일컫는 탄소국경조정세 내용이 한층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EU 배출권에 상응한 탄소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다.

해당 개정안에는 기존 적용품목인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5개 항목 외 유기화학물질, 수소, 암모니아, 플라스틱 등 4개 품목이 더 추가됐으며, 배출부분도 직접배출에서 전기 생산에 따른 간접배출까지 확대됐다. 반대로 역외국 탄소가격제 인정범위는 명시적 탄소가격제만 인정되게끔 축소됐다.

아울러 무상배출권의 완전 폐지 시기도 2036년에서 2029년으로 7년 앞당겨졌으며, CBAM의 본격적인 시행은 3년도 남지 않은 2025년으로 예고하고 있어 수출 의존적인 국내 기업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실정에도 국내 기업들의 탄소세 관련 대책 수립과 시행은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RE100 가입사는 총 19개 기업으로 이 중 제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9개사이며,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기업은 고작 4개사뿐이다.

국내 RE100 가입사 중 실제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LG 에너지솔루션 2개사(2021년 기준)로 이외 기업들은 모두 선언으로만 그치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탄소세 문제를 ‘남일 보듯’ 해 온 국내 기업들이지만, 급물살 타는 국제적 압박에 더 이상 저탄소 이행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 정책 토론회가 9일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김인성 기자
CBAM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 정책 토론회가 9일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김인성 기자

한국의 강화된 EU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9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실행위원장은 “최근 EU 의회 수정안은 전력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이 아직 66%나 차지하는 우리나라 산업의 발등에 불을 떨어뜨린 격”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국내 산업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한 중점은 내재배출량 안에 간접배출량이 포함되도록 했다는 거다. 이는 원재료 및 반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추적‧관리의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라며 “이 모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면 갈 길이 멀다. 본격 시행되는 2025년까지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고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계속되는 EU의 탄소국경제도 강화‧‧‧ 국내 미칠 영향 상당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EU CBAM 대상품목 수출액은 6억1000만 달러로, 해외에 납품하는 기업까지 고려하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린피스 코리아 등의 연구 결과, 미국과 중국까지 탄소국경세가 확대될 경우 2030년 우리나라가 추가 부담하는 탄소국경세는 최대 약 1.9조원에 육박할 것이라 전망됐다. EU 의회 수정안 내용 중 ‘간접배출’에 대한 항목도 탄소다배출 발전구조를 가진 국내 기업을 압박하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전력 소비와 생산 체계로 봤을 때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전력소비량은 세계 8위이며, 인당 전력소비량은 세계 7위다. 이와 더불어 전력 1kWh 생산당 배출되는 CO2는 472.4g으로 EU(215.7g), 캐나다(123.5g) 대비 2~4배 많으며, 화석연료 에너지원(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비중이 85.5%로 EU(73.1%)를 웃돌고 중국(84.4%)과 비슷한 상태다.

본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사진=김인성 기자
본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사진=김인성 기자

철강산업에 대해서도 박문구 삼정회계법인 전무는 “앞으로 CBAM으로 인해 철강산업은 연간 추가 부담 비용을 약 1.9억 유로(한화 약 2500억원)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대상품목 중 수출액 기준 영향이 가장 큰 산업은 개정안 기준 폴리머, 철강, 화학물 순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U 의회가 올해 상반기까지 최종안을 위해 CBAM 수정을 지속하는 만큼, 이번 의회 개정안보다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CBAM 개정안 이후 농업위원회 Zbigniew Kuźmiuk 의원은 “탄소세 시범적용 이후 적용범위를 농산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으며, 경제‧통상위원회 Damien Careme 의원은 “석유, 종이, 유리, 플라스틱, 화학 등으로 품목 증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 배출계수 개선 및 기업 RE100 이행 급선무

전문가들은 서둘러 재생에너지, 전기요금, 기후환경규제, 배출권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Scope2(간접배출)을 줄이려면 국가 배출계수 전체를 개선하고, 개별 기업이 RE100 이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전력사용량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스스로 줄이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속도를 고려하면 Scope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RE100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기업들에게 리스크가 가장 적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 확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원자력이 국가 배출계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칙적으로 Compulsory pool(강제 시장) 형태를 취하고 있는 현 시장구조상 원별 계약이 불가능한 전원”이라고 주장했다.

박문구 전무는 “탄소 배출량 관리를 위해 CBAM 보고 범위에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이 포함됨에 따라, 가치 사슬을 고려한 저탄소 공급망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며 “원재료, 반제품 등의 탄소 배출량까지 추적 및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정상훈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6억4000톤보다 증가한 6억7000톤으로 측정된 만큼 탈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정상훈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6억4000톤보다 증가한 6억7000톤으로 측정된 만큼 탈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용 범위 내 제품별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에 대한 표준‧실측 값 적용 기준과 원재료 구매부터 제품판매까지 제품 생산자료 및 데이터 기반 합리적 배분 기준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즉, 제품 생산에 대한 유관 증빙과 데이터상 수량과 금액을 일치되게 관리함으로써 선제적인 실사 대응 체계를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의 CBAM 대응에 있어 단계별 대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초기에는 ‘CBAM 대응 중소기업 전담 자문기관’을 신설해 중소기업의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MRV)의 역량부터 강화해야 한다. 그 이후 ‘탄소중립 데이터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및 친환경 공급망 확보 등 탄소중립 시대에 부합하는 수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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