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대부분 벌 꽃가루받이 필요, 식량대란 우려

[환경일보] 서울환경연합은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맞아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해 시민운동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5월20일(금) 오후 2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개최했다.

꿀벌을 비롯한 야생벌이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대거 줄어들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국제적인 시민운동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보고, 야생벌 생물학자, 도시양봉가, 친환경양봉가, 정원활동가, 동물권활동가, 환경전문기자와 함께 벌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운동 과제를 다뤘다.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 한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의 압도적인 분량은 벌의 꽃가루받이로 이뤄진다. 벌이 사라지만 정말 상상하기 싫은 식량위기의 대재앙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조발제에서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에서 2008년부터 10여 년간 시민운동과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뤄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 금지의 성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사용 현황을 파악해야 하고, 시민과학 모니터링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 증진과 도시 수분매개자 다양성의 데이터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민규 연구원은 “벌 보호 키트(Bee Saver kit)와 수분매개자 정원(Pollinator Garden) 등 벌 친화적인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환경교육과 시민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은 벌이 감소한 이유를 ▷도시화에 따른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와 집약적 농업으로 먹이원 식물의 감소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라매공원, 한강공원 등에서 20년간 야생벌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땅에 둥지를 짓는 야생벌 서식지가 훼손되고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에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

이흥식 연구관은 “야생벌 보호를 위해서는 둥지를 지을 땅을 보호하고, 먹이식물을 충분히 공급하고, 살충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은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의 압도적인 분량은 벌의 꽃가루받이로 이뤄진다. 벌이 사라지만 정말 상상하기 싫은 식량위기의 대재앙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은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의 압도적인 분량은 벌의 꽃가루받이로 이뤄진다. 벌이 사라지만 정말 상상하기 싫은 식량위기의 대재앙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농약과 살충제가 꿀벌 위협

사례발표에서 도시양봉가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는 꿀벌만이 아닌 야생벌을 강조하는 토론회 기획에 공감한다며,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도시공원에서 벌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연립주택 옥상의 꽃 화분에는 오히려 찾아오는 꿀벌이 많아지는 현상을 보고했다.

어반비즈서울은 2025년까지 도시양봉장 250곳, 야생벌 서식지(Bee Hotel) 10만개 조성을 목표로 하며, 꿀벌정원과 꿀벌숲 조성을 확대하고, 벌이 좋아하는 야생화 씨앗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양평에서 항생제·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양봉을 하는 김일숙 더비키스 대표는 “주변 논밭에서 사용하는 농약이 꿀벌을 위협하고 있으며, 벌통 숫자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벌 집단을 나누고 응애를 제거하기 위한 살충제에 의존해 벌이 더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에 벌이 사라진 이유는 월동 전에 이미 약해져 있던 벌이 따뜻한 날씨에 밖으로 활동을 나갔다가 지쳐서 되돌아오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일숙 대표는 “벌을 아주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데 사람이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항생제나 살충제 없이도 개미산 등을 사용해서 응애를 퇴치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일숙 더비키스 대표는 “주변 논밭에서 사용하는 농약이 꿀벌을 위협하고 있으며, 벌통 숫자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벌 집단을 나누고 응애를 제거하기 위한 살충제에 의존해 벌이 더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숙 더비키스 대표는 “주변 논밭에서 사용하는 농약이 꿀벌을 위협하고 있으며, 벌통 숫자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벌 집단을 나누고 응애를 제거하기 위한 살충제에 의존해 벌이 더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시민과학 모니터링 필요

토론으로 참가한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는 서식지 파편화와 살충제, 대기오염, 기후변화 때문에 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과학 모니터링을 장기간 해보자고 제안했다.

시민과학 모니터링에는 전문가의 참여로 과학적인 매뉴얼 제작이 필요하며, 양봉농가에도 인센티브를 주어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전문가와 시민들을 연결할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는 벌을 살려야 인류의 미래가 있다며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 스마트벌집 등을 조성하는 기업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스 정원활동가는 토론에서 꿀벌뿐만 아니라 야생벌, 새, 박쥐 등 꽃가루매개자 동물로 확대해 도시 생명다양성(Urban Biodiversity)을 높이는 서식처 정원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킹 사례로서 미국의 ‘백만 개의 수분매개자 정원(Pollinator Garden)을 위한 도전’을 소개했다.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 모색 토론회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 모색 토론회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생태운동 관점에서 벌 보호해야

김현아 활동가는 도시인의 자연감각을 되찾고 서식처로서 정원의 역할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민정원가를 위한 가이드북 제작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원 운동의 확장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 생명권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환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벌은 농축산업에서 착취되는 비인간 동물이기에 동물해방 운동과 생태운동의 관점에서 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가 양봉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 정당한 것인지, 생명다양성이나 동물권의 입장에서 양봉산업을 강력하게 비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심도 있는 담론 발굴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환 활동가는 영국의 다양한 벌 보호 활동을 소개하며. “국내 벌 보호 시민운동은 표면적인 꿀벌 보호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다른 야생벌과 수분 매개자 살리기 운동, 더 큰 의미의 생태 보전으로 나아가며 동물 권리에 관한 논의와 기후·생태위기 대응 방안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꿀벌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생벌과 수분매개자를 보호해야 하고, 벌 보호 운동은 기후변화, 식량위기, 살충제, 유기농업, 토양보호, 생물다양성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국내도 해외처럼 여러 단체와 함께 공동의 시민운동을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최진우 위원은 벌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의 관심과 정책변화를 위해 ▷벌 조사 시민과학 ▷서식처 정원 운동 ▷벌 친화적인 시민인식 개선 ▷벌 서식지 보호 및 생태적 관리 강화 ▷동물복지 양봉 확대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 금지 입법 운동 등이 필요하다며, 토론회를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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