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고민하고, 찾으세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답니다.”

지난 30일, 서울 상도동에 있는 중앙대 부속 중학교 강당. 학교가 파한 시간인데도 학생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화 <유리>, <리베라 메> 등으로 유명한 양윤호 감독의 앰배서더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강연은 요즘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두는 분야이면서, 양 감독의 전문 분야인 영화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작됐다.






“일본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우리나라 영화가 무엇일까요?”
여기저기 ‘쉬리’, ‘바람의 파이터’ 등의 대답이 들렸지만 모두 오답. 정답은 “여친소(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예요”라는 양 감독의 말에 학생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해한다. 양 감독은 여친소라는 영화의 파워보다도 전지현이라는 배우이며 캐릭터의 힘이 강해서라며, 영화산업에서의 캐릭터와 상품성의 가치 그리고 각 판권이 지니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조지 루카스가 저렴한 개런티를 받고도 지금의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스타워즈>의 캐릭터 판권을 챙겨두었기 때문이라는 실례들도 곁들여졌다.

이어 영화계 평균제작비부터 시작해 마케팅의 중요성, 최근 유행하는 현장 편집기술에 이르기까지 영화계 구석구석에 대한 그의 차근한 설명이 이어졌다.
양 감독은 특히 학생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영화판’이나 ‘직업적 환상’은 현실과 다르다며 영화계 일꾼 누구나 타고나는 ‘예술성’ 이전에 ‘성실성’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영화계쪽 일이란 자유로우면서도 한편은 공동작업이라 다른 이들과의 약속을 스스로 ‘자율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번 강연에서 특별히 황우석 교수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거듭 들려줬다. 요즘 국내외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황 교수의 얘기로 ‘마인드 콘트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황우석 교수가 어느 날, 연구를 그만두겠다는 연구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어서 그만두겠다는 연구원에게 황 교수는 이렇게 말했죠. ‘재능이 없다는 말은 하지마라. 성실하지 못해서 그만둔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재능없다는 말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여러분들이 지금 꿈꾸는 여러 가지 직업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꿈을 꾸면서 동시에 누구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게 되죠. 내가 과연 영화배우를 할 수 있을까. 영화감독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정말 하기 힘든 몇가지의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될 수 있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의심하는 시간을 버려야 해요.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일분일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리고 청소년기가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선택의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인 황 교수가 당시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서울대 법대를 고사하고 서울대 농대, 그중에서도 축산대를 선택했던 일에 대해 말하며 사람들이 갖는 기준과 세상의 시선에 갇히기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대와 의대에 간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나 때도 영화감독이란 건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고, 절대로 출세할 수 없는 직업으로 생각됐죠. 하지만 세상은 변합니다. 어른들도, 그 누구도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과연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면 한 가지를 생각하세요. ‘정답은 없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만이 방법입니다. 물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운이겠죠. 그러니 계속 생각해보세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일이 뭘까 하고.”

양 감독은 얼마 전 만난 배우 조안의 얘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조안은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은 연기를 하다 죽겠노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젊은 배우가 자꾸만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재미있어요. 그건 자기 몸 속 세포가 그 말들을 알아들어서라고 해요. 자신의 의지를 말로 표현하므로써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바뀌어간다는 거죠. 그러면 정말로 연기를 하다 죽을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여러분, 사람은 뜻대로 살기 위해 물론 열심히 생활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야 하죠. 그 운은 바로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행여 우울한 노래, 슬픈 생각, 안 좋은 말들을 하지 마세요. 불행한 생각은 운이 도망가게 만드니까요. 긍정적인 생각, 밝은 생각만 하는 사람이 되세요.” <김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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