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POPs(잔류성 오염물질) 규제를 위한 스톡홀름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의무이행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무방비 상태에 가깝다.
스톡홀름협약은 POPs로부터의 위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01년 5월 탄생했으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51개 국가가 서명했다.
잔류성 오염물질로 지정된 물질은 다이옥신, DDT, PCBs 등 12가지로 특히 변압기내 절연유로 많이 사용되는 PCBs(폴리염화비페닐)는 생식기관, 내분비계 장애 등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로 알려져 1970년대 후반부터 국제적으로 사용을 규제해 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스톡홀름 협약에 서명한 후 올해안으로 협약내용의 국내이행을 대비해 POPs 물질 배출현황 파악 등 준비를 해 왔지만 협약의 국회비준과 POPs 물질 관련체계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은 미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 대응방향 공청회.
좌로부터 서울시립대 동종인 교수, 자원순환환경연대 김미화
사무처장, 환경부 유해물질과 김동진 과장, 아주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 전북대 김종국 교수.. ⓒ환경방송
최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POPs에 관한 스톡홀름협약 대응 방향’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국내 유해화학물질 관리의 현실방안이 논의됐으며 행사를 주최한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 의원은 “스톡홀름 협약이 발효된지도 1년이 지난만큼 우리나라도 더 이상 POPs 오염물질에 대한 관리와 규제를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PCBs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변압기를 대상으로 국가목록을 작성하고 있으며 ‘98년부터 PCBs 함유 변압기 등록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오고 있다. 일본 역시 ‘01년 ‘PCBs 특별조치법’ 제정이후 매년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PCBs 함유 제품 및 폐기물의 발생 현황을 보고 받아 국가목록을 작성해오고 있다.
환경부 유해물질과 김동진 과장은 “’97년부터 소각시설에 대해 다이옥신 배출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며 “소각시설 이외의 배출원에 대해서는 다이옥신 관리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01년부터 연구사업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이옥신과 함께 스톡홀름협약에서 규정하는 대표적인 근절대상 물질은 PCBs와 관련해서는 스톡홀름 협약상 목표연도인 2025년보다 10년을 앞당긴 2015년까지 국내에서 근절하기로 하고 다음달부터 PCBs 함유 변압기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게 된다”고 전했다.
국방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16개 시·도,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실시하는 실태조사는, 1단계로 금년 말까지 전국 수용가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하여 절연유를 사용하는 유입식 변압기 사용현황을 파악하게 되며 2단계로 ‘06~‘07년까지 정밀조사를 통해 PCBs 농도, 함유량 등에 대한 국가목록을 구축하게 된다.
더불어 실태조사 결과 50ppm 이상 PCBs를 함유한 변압기에 대해서는 인식표를 부착하여 관리자를 지정하는 등 폐기시까지 안전관리토록 할 계획이다.

한전, PCBs 불법유통으로 국민건강 위협 의혹

한편 한국전력에서 불법적으로 PCBs를 유통시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단병호 의원은 자원순환사회연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력이 전봇대에 설치한 후 철거한 폐변압기(주상용 폐변압기) 절연유의 PCBs 오염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폐변압기 내부 모습-밑바닥에 고여 있는
노란색 액체가 절연유 ⓒ환경방송

단병호 의원과 자원순환사회연대가 10개의 주상용 폐변압기에서 절연유 시료를 채취하여 전북대 화학물질안전관리연구소(소장 김종국 교수)에 의뢰․분석한 결과, 8개의 시료에서 PCBs 물질이 검출(최저: 1.67ppm, 최고: 37.48ppm)되었고, 이 가운데 5개는 지정폐기물 기준치(2ppm)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CBs 절연유는 ‘79년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사용이 금지되었고,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PCBs가 50ppm 이상 함유된 물질의 제조․수입․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폐기물관리법은 PCBs가 2ppm 이상 함유된 폐기물은 지정폐기물로 분류하여 적정 처리하도록 공고한 바 있다.
결국 한국전력 주상용 폐변압기의 절연유로부터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 중 다이옥신과 비슷한 유해성을 가진 PCBs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시민단체 등과 PCBs 완전 근절을 목표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한국전력은 PCBs에 오염된 절연유를 지정폐기물로 분류하여 적정하게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폐변압기에서 발생한 절연유를 재생오일업체에 매각하여 부수입을 얻고 있다.
결국 PCBs 오염 절연유는 오일재생업체에서 재생된 후 PCBs 오염 상태로 판매되어 PCBs 오염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환경부는 PCBs가 2ppm 이상 함유된 장비는 폐기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인식표를 부착하고 관리대장을 작성․비치, 정기오염도 시험실시 등을 통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한전은 그동안 인식표 부착과 관리대장 작성 등은 물론이고 PCBs에 오염 된 폐변압기의 절연유를 오염 검사도 하지 않고 재생오일업체에 팔아 왔다.
현재 국내에는 PCBs 오염 물질에 대한 처리 기술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50ppm 이상 오염되어 사용이 금지된 변압기는 해외로 이전하여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재생오일업체의 재생 과정으로는 PCBs 오염 절연유를 정화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전력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절연유를 전국적으로 불법 유통시켜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연구원 엄희문 연구실장은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50ppm 이상 PCBs를 함유한 물질의 제조·수입·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아직까지 PCBs가 함유된 절연유를 이용한 변압기가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과거 규제 이전에 제조된 절연유가 아직 남아있거나 재활용되어 새 변압기에 사용되면서 PCBs 물질이 변압기 자체에 흡착되어 남아있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PCBs 근절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과 관련부처간 긴밀한 협조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처벌은 정부 몫, 대책은 산업계 몫

한편 정부의 갑작스런 규제강화로 관련업계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산업폐기물처리공제조합 황연석 이사는 “POPs 규제물질 12개 항목중 다이옥신에 대해서는 이미 규제를 받고 있으며 내년부터 보다 강화된 기준치의 적용을 받는데 다이옥신 농도가 초과될 경우 1개월의 영업정지의 처벌을 받게 되며 이는 곧 사실상 문을 닫게 만드는 결과”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 대다수 영세업체들이 정부의 공적지원금도 받지 못한채 힘겹게 규제를 맞춰가고 있으며 이는 2000년도 12,000여개에 이르던 소각로가 반수 이상으로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다이옥신 규제에 있어서도 유난히 소각시설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다”며 년간 천만톤을 소각하는 시멘트소성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도 없는 반면 년간 백만톤의 폐기물을 소각하는 산업폐기물처리 소각로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에서는 제철제강, 비철금속업종 등 업체 전반에 다이옥신 규제를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각로 하나에 불과하다.
황 이사는 “이미 다이옥신 규제를 받고 있는 산업폐기물처리업체는 규제항목이 늘어나면서 경제비용과 저감대책에 대한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법제정과 관리감독, 처벌은 정부 몫이고 대책과 비용지불은 산업계의 몫”이라고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POPs 특별법’만을 서두를게 아니라 산업기반을 먼저 다지고 사전조사와 우선순위를 정해 국내여건에 맞게 도입해나가는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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