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저하 초래
국내 환경법 대부분 규제, 처벌 등에 집중‧‧‧ ‘환경복지 실현’ 목적법 없어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헌법 제35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환경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환경법은 약 70여개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법 체계는 환경오염의 예방과 관리, 처벌 등 대부분 규제 관련 법률로서 구제 관련 법률은 매우 미흡한 상태다. 특히 환경복지 실현을 위한 ‘환경복지’, ‘환경서비스’의 법적 정의 등 관련 입법은 부재하다.

국내 환경법에는 규제, 처벌 등만이 주로 있을 뿐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환경복지’, ‘환경서비스’ 등 환경복지 관련 입법이 미흡한 상황이다.

‘환경복지’란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환경자원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환경오염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정책결정의 기회와 결과 배분이 공평하게 이뤄져 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는 인구의 고령화와 소득양극화로 환경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환경약자와 환경취약지역에 환경피해가 집중돼 환경피해 불평등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산재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대책을 위해서도 친환경차 구매 지원 및 사수도 현대화 사업 등 환경복지 실현 수단이 더욱 중요해진 실정이다.

입법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환경복지기본법’을 논의하기 위해 정우택 국회의원실과 (사)한국환경복지협회(회장 배지은)가 22일 ‘환경복지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복지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복지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배지은 (사)한국환경복지협회 회장은 “환경은 보편적 복지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며, “그럼에도 환경은 복지의 개념에서 제외돼 왔다.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고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배 회장은 “이 자리를 계기로 ‘환경복지기본법’이 제정돼 전 국민이 미래지향적인 환경복지의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공동주최자인 정우택 의원은 “국민의 환경권 보장,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지역 간 환경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 ‘환경복지법’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떼며 “이번 세미나에서 토론되는 정책의 필요성 및 입법 방향에 대한 내용을 참고해 해당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환경복지기본법에 대한 입법 의지를 나타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부터 환경오염피해 문제를 ‘환경정의’의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거주지 주변 지역에 환경오염 시설이 설치돼 피해를 보는 경우, 환경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수립해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본 세미나에서 축사를 맡은 류재근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은 “우리나라도 환경오염 피해 관리를 하고 있으나, 미국 등 여러 국가에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헌법 제35조에 규정된 환경기본권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환경복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배지은 (사)한국환경복지협회장, 정우택 의원, 류재근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왼쪽부터) /사진=김인성 기자
배지은 (사)한국환경복지협회장, 정우택 의원, 류재근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왼쪽부터) /사진=김인성 기자

국내 환경복지의 인식은 1960년 말까지 사회‧경제적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복지에 집중됐다. 그 후 1970년대에는 개발과 경제성장에 따른 환경보전 및 환경정책 강화 등이 주요했으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는 계층‧지역간 환경불평등 및 환경격차 해소가 이슈되며 환경복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추세다.

개별법 외 ‘환경복지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 없어

우리나라에서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 환경보건법 제4조 등 환경 개별법에서의 환경복지 관련 일부 규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할 권리’ 및 ‘환경복지 실현’ 등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관련 법률이 없다. 이에 개정보다는 신법 제정이 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복지법 필요성 및 입법 방향’을 발제한 김도형 법무법인(유) 율촌 전문위원은 “환경복지법 제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선 기존의 환경정책기본법, 탄소중립기본법 등 상위법 및 법률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환경복지법의 주요 내용으로 ▷입법목적 및 용어 정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환경권 보장 및 불평등 해소 ▷전담기관 및 전문인력 등을 제시했다.

김도형 법무법인(유) 율촌 전문위원이 ‘환경복지법 필요성 및 입법 방향’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김도형 법무법인(유) 율촌 전문위원이 ‘환경복지법 필요성 및 입법 방향’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환경복지정책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의 환경권 보장 및 환경적 불평등 해소 등을 고려해 물, 공기, 토양, 폐기물, 에너지, 환경성 질환 등 개별매체에 대한 정책 수립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외 ‘탄소중립기본법’ vs '환경정책기본법', ‘환경복지’ vs '환경정의' 등 환경법 및 용어 정의 등 관련 법률간 정합성 검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환경복지기본법의 궁극적 목표, ‘국민의 행복 및 삶의 질 향상’

세부적인 환경복지기본법(안)을 들고 온 환경복지연구소장 김도선 박사는 “가장 핵심인 환경복지기본법 제1조 목적에는 국민의 환경복지 증진을 위한 시책 강화 및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명확성이 들어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환경권 보장과 건강증진, 삶의 질 향상 및 행복 추구 기여가 포함돼야 함을 피력했다.

또 해당 법 조항에 환경정의 보장과 환경약자 보호를 위한 ▷국민 수요조사를 통계자료를 구축 ▷환경질, 환경서비스, 환경안전에 대한 환경불평등 해소 대책 마련 ▷환경약자 지정 및 환경복지 최저기준 설정과 환경기초 및 정밀조사에 대한 내용을 넣어 실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환경복지기본법(안)을 설명 중인 환경복지연구소장 김도선 박사 /사진=김인성 기자
환경복지기본법(안)을 설명 중인 환경복지연구소장 김도선 박사 /사진=김인성 기자

그러면서 김 박사는 “환경관련 업무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환경복시심의위원회, 환경복지센터, 협회, 환경복지 관리사 양성에 대한 조항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마을서 주민 8명 사망해도 정부 대처는 아직도···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는 1992년 인천 사월마을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로 인한 주민 피해의 사례를 들었다.

김익수 대표는 “당시 1만대가 넘는 대형 폐기물 차량들이 거의 매일 사월마을 통과하고,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들어 마을 주변에 대규모 순환골재 공장, 건설업체, 폐기물처리 업체들과 소규모 공장들이 난립했다. 이로 인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15명이 폐암, 유방암 등에 걸려 8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환경복지법 제정의 시급성을 전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 /사진=김인성 기자

일본의 경우, 1950년대부터 고도경제 성장으로 인한 공해문제로 많은 주민 피해가 발생해 일찍이 공해건강피해보상법을 제정한 바 있다.

1956년에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모토시 화학 공장에서 나온 메틸수은에 중독된 어패류를 인근 주민이 먹고 미나마타병에 걸렸으며, 1968년도에도 금속회사 광업소에서 버려진 카드뮴으로 다수의 주민들이 이타이이타이병에 노출됐다.

주시후 성결대 교수는 “일본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겪고 나서, 1960년대 후반에 바로 공해건강피해보상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2004년도 경남 고성에 카드뮴이 축적된 폐광산으로 많은 주민이 고통에 시달렸지만 여전히 관련 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복지 수준 유지 위해 생태계 보호 기후위기 대비 필요

기후위기와 자연자원 및 생태계 보호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주 교수는 “지금은 기후변화 시대다. 기후변화는 사각지대가 많기에, 이에 대한 복지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시후 성결대 교수 /사진=김인성 기자
주시후 성결대 교수 /사진=김인성 기자

김익수 대표는 환경복지 기본법률(안)에 ‘환경정의’에 ‘자연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복지정책의 방향과 원칙에서 언급한 환경권 보장, 환경 불평등 해소, 미래세대 배려, 생태계 건강성 고려, 정치적 타당성‧민주성 확보 등 어느 하나도 양보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특히 환경복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안에 자연자원, 생태계 보호가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전문 복지과 혹은 총괄 TF팀을 운영해야

오장환 한국환경복지협회 부회장은 “지금까지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장애인복지‧아동복지 등을 자루 다뤄왔지만, 복지의 세분화로 인해 근로복지는 고용노동부, 산림복지는 산림청, 교원복지는 교육부, 군인복지는 국방부 등의 부처에서 맡고 있다”며 환경복지는 환경부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환경복지의 범주 및 범위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환경부 내에서 한 개의 부서에 한해 운영되는 것보다 환경복지국 또는 환경복지과의 신설 혹은 환경복지를 총괄하는 TF팀의 운영도 주문했다.

오장환 한국환경복지협회 부회장 /사진=김인성 기자
오장환 한국환경복지협회 부회장 /사진=김인성 기자

본 세미나 플로어에는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서기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찬웅 서기관은 “환경청의 환경복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환경정책기본법 등에 부족하게 들어가 있다는 부분은 맞다”고 동의했다.

김 서기관은 “그러나 환경정책기본법에서 다루고 있는 국가환경종합계획과 환경복지기본법(안)이 어떤 점이 다른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같은 성격의 법이 중복되면 오히려 정책 집행을 저해하거나 수혜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중복 규제를 당하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신규 입법이 타당할지, 기존 법들을 개정해야 하는 방향인지 한 번 더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본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서영득 법무법인 충무 대표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의 환경복지 정책의 발전을 기원한다 
본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서영득 법무법인 충무 대표는 “오늘과 같은 토론회가 여러 차례 열려 우리나라의 환경복지 정책의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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