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군사시설로 요새화된 지심도, 내셔널트러스트운동 추진

[환경일보] 1936년 일제가 강제로 점령해 섬 전체를 군사시설로 요새화했던 거제시 지심도에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추진된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와 섬연구소(소장: 강제윤)는 지심도의 전쟁유산과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시민 모금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동백섬으로 잘 알려진 지심도는 거제시에 위치한 10만여 평의 작은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했으면서도 일본 대마도와 불과 55㎞의 거리에 불과하다.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던 일제는 1912년 설치한 ‘진해만 요새사령부’ 및 부산항 방어와 대한해협의 경계를 위해 지심도를 강제 점령한다. 1936년 당시 지심도에 거주하던 13가구의 주민은 인근 지세포와 장승포로 쫓겨나게 된다.

그 후 일제는 1936년 7월 10일부터 1938년 1월 27일까지 18개월 동안 지심도에 군사시설을 배치하고 섬 전체를 요새화한다.

일제가 해안경비과 포진지 운용을 위해 세운 관측소 /사진제공=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일제가 해안경비과 포진지 운용을 위해 세운 관측소 /사진제공=한국내셔널트러스트

특히 지심도에 ‘헌병대 분주소’를 가장 먼저 설치하면서 주민 감시와 강제이주를 자행했다.

이때 건설된 군사시설로 포대, 탄약고, 관측소, 전등소, 방향지시석, 서치라이트 보관소, 경계표찰 등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특히 일제는 사정거리 20㎞에 이르는 150㎜ ‘캐논포’ 4문을 지심도에 설치하면서 대마도의 ‘쯔쯔자키 포대(豆酸崎 砲台)’도 구축한다.

대마도 포대 외에 같은 시기 일제의 본토와 섬에 구축한 요새는 이키요새의 오오지마(壱岐要塞 渡良大島), 시모노세키요새(下関要塞), 츠카루요새(津軽要塞) 등이다.

당시 건설된 일본의 요새들은 지심도와 함께 지정학적으로 대한해협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군사요충지이다.

지심도의 포대 건설은 육군축성본부 산하의 진해만축성부지부에서 담당했고 공사비용은 1만4650엔(円)이 소요됐다.

일제의 포진지. 지하 탄약고 양 옆으로 포대를 설치했다. /사진제공=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일제의 포진지. 지하 탄약고 양 옆으로 포대를 설치했다. /사진제공=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일제는 1개 중대 약 100여명을 지심도에 배치하고 해방 후 8월 20일까지 주둔한다. 지심도가 작은 섬임에도 현재의 선착장 규모가 큰 이유는 1936년 건설 당시 1개 중대의 식량, 군수물자 및 포대 건설을 위한 자재수송을 위해 대규모화한 것이다.

일제는 부대의 운영을 위해 장교 및 간부 숙소, 징용자 숙소, 헌병대 분주소, 군 막사, 화장실, 샤워장, 식량배급소, 저수조 등의 군사 부대시설을 세운다.

지심도 주민들은 일제의 군사시설 및 부대시설의 보수와 운영을 위해 조선인들이 징용됐다고 증언한다.

현재 남아 있는 군사 부대시설은 지역주민들의 주거공간으로 재이용되고 있다. 지심도는 총15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면 대부분 민박업에 종사한다.

전력공급을 담당하던 발전소 소장의 사택 /사진제공=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전력공급을 담당하던 발전소 소장의 사택 /사진제공=한국내셔널트러스트

난개발로 전쟁유산 및 환경 훼손 우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일제강점기 군사 부대시설로 지어져 현재 주민들의 주거공간으로 재이용되고 있는 근대 건축물을 매입할 계획이다. 매입한 건축물은 지심도의 자연환경과 전쟁유산 보전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심도에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개발 압력에 따른 훼손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치단체가 지심도를 관광단지화를 계획하면서 주민과의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7년 국방부로부터 지심도의 소유권을 획득한 거제시는 대규모 관광개발계획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거제시는 ‘공유재산 사용 만료’를 주장하며 주민들의 토지임대차 재계약 요구를 거부한다.

심지어 주민들에게 이주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단전과 단수를 하겠다는 엄포까지 놓는다.

과거 일제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것처럼 해방된 나라에서 지심도 주민들이 또다시 쫓겨날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는 ‘섬연구소(소장:강제윤)’의 노력으로 중재안이 만들어져 국민권익위, 환경부, 거제시, 주민들이 동의하면서 일단락됐다.

동백섬으로 해마다 10여만 명이 찾는 거제시 소재의 지심도
동백섬으로 해마다 10여만 명이 찾는 거제시 소재의 지심도 /사진제공=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하지만 지심도에 대한 개발계획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심도에 대한 관광개발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심도가 국방부 소유이면서 엄연히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됐던 2012년, 거제시는 ‘지심도 이관 종합대책수립’등의 개발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심도의 전쟁유산에 대한 보전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개발로 인해 지심도 일제 강점기 전쟁유산이 훼손되고 섬 주민들이 떠난다면 불행했던 역사는 미래에게 교훈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따라서 지심도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지심도의 자연환경과 민족의 아픈 역사, 섬 주민의 삶을 보호하는 운동임을 강조했다.

지심도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위한 시민모금은 한국내셔 트러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모금과 계좌이체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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