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예외적 모습을 보여 왔다. 그렇지만 예외적일수록 본질을 확인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독자 여러분께서도 한국경제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살펴 보면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아래의 논점은 서울대학교 이영훈교수와 도이치증권 서울지점 리서치 담당 상무 스티브 마빈이 ‘헛소리(Baloney)!’라는 제목의 한국증시 전략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지적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학자의 개인적 주장이거나, 외국투자자의 편향성(마빈은 IMF사태 발발을 정확히 예견해 불길한 예언자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그후 한국경제 회복을 예견 못하고 투자가들은 한국에서 떠나라는 주장을 펴다가 자신마저 홍콩으로 자리를 옮겼던 애널리스트이며 한결같은 재벌 해체론자임)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검토할만한 새겨둘만한 일리가 있어 다루어 본다.


첫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생산성 증가율을 웃도는 임금인상‘‘이다.
한국 노동자들이 해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해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인식은 잘못된 생각이란 것이다. 과거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임금 상승률과 같거나 이를 초과했고, 판매비용에서 총 노동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안정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4년(1990∼2003년) 가운데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높았던 때는 1990년, 2001년, 2002년 등 3차례 밖에 없었다. 대체로 일한 만큼 임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화학공업 등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상당한 파워를 갖고 문제를 일으키고 현 정부도 이들을 대담하게 만들어준 점은 있지만 전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두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이 ‘저임금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노동생산성 만큼 임금도 올랐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저임금’이란 노동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일부 편향된 교과서에는 1970~90년 동안 노동생산성은 729% 증가했는데 임금은 436%에 그쳤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를 확인하면 제조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생산에 기여한 부분만큼 착실히 상승했다.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노동의 한계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의 증가율 그래프는 완전히 겹치는 양상을 보인다. 노동 생산성만큼 임금이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논리와 서로 모순된 듯 하지만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 노동생산성이 높았고, 그만큼 임금도 동반 상승하였다는 일관된 주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분석 기간이나 방식에 따라 심지어는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따fms 인위적인 결론 유추가 한국사회의 보편적 지식으로 자리잡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세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95년 이후 한국의 교역조건이 계속 악화돼 가격 결정력을 잃고 낮은 부가가치 생산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견해도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 시각은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은 현재 기술 부문에서 세계적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으며 중요한 수출품목에서도 계속 가격을 인상해왔다.


오히려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은 물론이고 정보통신, 휴대폰, 반도체 등 고부가 첨단산업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객관적 상황도 이를 반증한다.


네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중국 투자 확대로 한국의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 규모는 국내 비거주 고정투자 규모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한국의 주요 대규모 공장 중에서 문을 닫고 해외로 나간 공장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기업의 신규투자가 국내에서 이루어질 것이 중국으로 건너간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지만, 이러한 소극적 분석보다는 중국시장 기반의 확대에 따른 국내기업의 공급력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 경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며 국내기반의 약화를 보강할 대안의 모색은 늘 유의미할 것이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과의 피터지는 경쟁을 거쳐서라도 국제시장에서의 생존은 물론 시장주도자가 되어야 하는 결연한 의지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한국주식의 가격 수준이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시장의 낮은 주가 배수는 대부분 모기업의 실적 통계를 근거로 한 신기루일 뿐이며 정확한 연결 회계가 이뤄진다면 아마도 주가수익 비율(PER)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의 비금융사들은 1년에 한 번,그것도 회계연도를 마감한 이후 수개월 뒤에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하는데 현 회계기준 하에서는 불리한 내용을 상당 부분 감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상장?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비상장사인 삼성카드가 1조3천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삼성전자 재무제표에 손실의 절반이 계상된 사실을 한 예로 들었다. 한국 재벌 구조는 부정행위를 부추기고 위험성 높은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연결 재무제표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재벌 시스템을 해체해야 한국 증시가 재평가될 것이라고도 본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재평가 작업 역시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소액주주들을 무시하거나 비윤리적인 행위가 지속될 경우 한국 증시는 매도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마빈은 외국투자자로서 자신의 영업행위의 자유와 이익 증가를 염두에 둔 분석과 주장에 바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국증시가 마빈과 같은 해외 투자자의 시각이 엄존한다는 현실 인식은 중요하다.


그러나 필자의 관점과 객관적 비교를 따져보더라도 저평가는 사실인 듯 하다. 제대로 된 평가가 되기 위해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기준의 수립과 철저한 적용이 과감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보며, 그럴 경우 한국 주가의 약진은 분명하고, 주가 3천시대도 멀지않은 눈앞에 있다고 믿는다.


여섯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은 ‘경제성장의 그늘속에서 빈곤층 양산과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는 주장이다. ‘한강의 기적’이라고까지 불렸던 한국의 경제성장은 노동자의 저임과 농촌·중소기업에 대한 차별을 바탕으로 했고, 그 결과 극심한 소득 격차를 사회문제로 낳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지금 우리 사회의 상당한 통념이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그처럼 쓰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성장을 포기해야 하는가. 과연 70년대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진할 현실이었는지 묻고 싶다. 여기에 대해 이영훈교수는 최근 들어 좌파 성향의 일부 고교 역사 교과서가 한국 현대사를 분단 고착과 독재, 성장 과정의 독점이라는 ‘실패의 역사’로 본 것을 비판하면서 한국경제를 뿌리채 부정하는 듯한 시각을 취하는 접근을 반박한 것이다.


이같은 교과서 서술이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무시한 오류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미리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경제 관련 교과서 8종을 검토하고 “한국 경제가 이룩한 성과와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운영자 생각으로도 대한민국사는 물론이고 한국경제도 성공의 역사로 기록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시각이며 국민 다수의 시각이다. 다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이 과정에서 ‘경제기본권의 결여와 빈곤층의 양산, 갈수록 깊어가는 빈부간 대립, 대물림하는 가난‘ 등은 따뜻한 시선으로 살펴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일곱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은 ‘중소기업의 희생으로 경제는 성장했지만 결국은 대기업만 배불렸다’는 주장이다.
단연코 틀렸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1980년대 이후 대기업과 계열관계를 강화하면서 높은 수준으로 발달했다. 중소기업 수는 급증한 반면 대기업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1961년 137개였던 대기업은 1988년 1318개로 정점에 달했다가 2002년 670개로 급속히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1961년 1만5067개에서 2002년 10만8819개로 10배 증가했다.


1970년 10%에 불과했던 대기업에 대한 중소제조업체 수급비율은 70%로 상승했다. 대기업은 경기 변동에 따른 신축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과의 연계 강화로 노동·자본의 감축분을 대체하고 있으며 그만큼 중소기업의 경제활동공간은 넓어진 셈이다.


여덟번째 잘못된 고정관념은 ‘소득분배가 불균등했다’는 주장이다.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인데, 한국의 소득분배 수준은 오히려 국제적 모범생 이다. 소득 분배를 나타내는 지표만보더라도 한국 경제가 국제적으로 소득 분배의 모범생임을 보여준다. 소득분배 수준을 나타내는 10분위 분배율 지표에 따르면 1996년 한국은 0.558로 국제적으로 덴마크(0.710) 다음으로 양호하다. 한국은 미국(0.338)은 물론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네덜란드(0.526)보다 소득 분배가 균등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다.


다만, 소득분배 구조의 일시적 악화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일부에서 심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만큼 이들을 다시 건강한 중산층이 되도록 일자리정책과 재교육정책, 사회보장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분명한 국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촌은 차별받고 외면당했다’는 주장이다.
이교수는 농촌이 차별받고 외면당했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쌀값 보전 등 보호정책이 더 많으며, 국제기준과 외국의 실태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농업은 오히려 지나친 보호를 받아 왔다는 주장이다.


쌀값은 국제 수준보다 5~6배 높은 수준으로 계속 인상됐다. 농산품 가격은 1960년대 이후 공산품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인상됐다. 2000년을 100으로 할 때 공산품은 1965년 300에서 현재 80~9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농산품은 30~ 40에서 120~130 수준으로 상승했다.
다만, 이러한 시각은 세계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것으로 손꼽는 한국공업에 비교한 탓에 농업이 오히려 왜소해 보이지만 과보호받고 있다는 주장은 너무 비현실적이란 주장이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은 일부 공감한다. 물론 필자 자신이 농촌에서 나고자라 과거의 농촌에서 지금의 농촌이 나아진 모습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정부의 정책 결여와 농협의 고리대임대업의 덫에 빠져 다수의 농어민이 빚더미에 빠져 있고, 농정의 대충주의와 부재속에서 농업이 갈팡질팡하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고령화속에 젊은 농업인의 대체나 유입의 자연스런 준비도 없이 농촌이 고사하면서 30대 중후반이후 대다수 한국인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는 속이 탈 지경임은 분명하다.


이제 한국경제는 확실한 현실의 토대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것도 진리는 아닐지라도 확고한 사실의 토대위에서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자 여러분도 이성과 객관적 과학성에 근거한 현실인식을 하시기 바란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
koreapower.net (도메인 현경병) 을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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