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금융·IT 접목 ‘녹색 디지털 플랫폼’ 실현
“아이들의 꿈과 미래 개척할 수 있는 불씨 키워”

옮김 지예정 대표(가운데) 
옮김 지예정 대표(가운데) 

[환경일보] 기후와 환경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을 논의하고 이행 수단을 마련하는 장인 유엔 기후변화협약 27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27)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COP26가 국가별 탄소중립을 약속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COP27의 주요 의제는 ‘기후정의’, ‘기후금융’ 그리고 기후위기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실 보상에 집중한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이다.

파리 합의문 이후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논의가 강화되고 있다. 유럽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입법 패키지인 EU의 핏포 55(Fit for 55), 순환 플라스틱 경제 로드맵(A roadmap towards a circular plastics economy) 등 녹색전환을 위한 노력 또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ESG 경영에 있어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이다.

기후위기에 있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폐기물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0년 정부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폐기물이 순환 이용될 수 있도록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폐기물 발생 현황은 2020년 기준 하루 534여 톤으로, 2019년 기준 497여 톤이었던 폐기물량과 비교해 약 8% 증가했다. 그중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20년 기준 하루 61여 톤이며, 이는 1인이 하루에 약 1.16kg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셈이다.

이런 발걸음에 맞춰 자원을 선순환시키는 과정을 통해 기후 행동을 실천하는 환경 지킴이가 있다. 바로 청년 NGO ‘옮김’이다.

‘누군가에게는 버림, 누군가에게는 옮김’이라는 기치 아래 활동하는 청년 NGO ‘옮김’은 누군가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새것으로 다시 재탄생시킨다. 호텔에서 쓰다 남은 비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크레파스 등과 같이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은 옮김의 손을 거쳐 새것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 물품은 필요로 하는 전 세계 아이들의 품으로 전달된다.

옮김은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자원 선순환과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의 가공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함께 나눔에 대한 의식과 지구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 결국 우리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녹색 순환 생태계, 즉 ‘Green Circular Economy’를 실현하는 것이 ‘옮김’의 궁극적 목표이다. 청년 NGO ‘옮김’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옮김’의 기후 행동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예정 대표를 만났다.

자원 선순환 과정으로 기후 행동 실천

아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 만들어 주는 것··· 
지구를 살리고 우리 미래와 행복 보장하는 일

옮김의 해외 파트너 기관인 필리핀 SRD센터에서는 올해 120명의 현지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옮김의 해외 파트너 기관인 필리핀 SRD센터에서는 올해 120명의 현지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Q. 청년 NGO ‘옮김’을 이끌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대학교 2학년이었던 2013년, KOICA 환경 연수 프로그램으로 필리핀에 방문한 적이 있다. 연수 일정 중에는 수도 마닐라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인 스모키 마운틴(Smokey Mountain) 방문이 있었는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참기 힘든 악취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아이들은 맨발인 채로 쓰레기더미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기본적인 위생이 보장되지 못한 그 모습은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그 아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우리 일상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옮김’의 활동과 아이디어로 확장됐다.

Q. 옮김은 주로 어떤 사업을 해 왔나

옮김은 지금까지 23개 국가(필리핀, 라오스, 우간다, 요르단 등)에 6만5000여 개의 비누, 15개 국가(필리핀, 네팔, 베트남 등)에 6000세트의 크레파스, 6개 국가(필리핀 스리랑카 등)에 1만 권의 이면지 공책을 전달해 왔다. 이는 재가공된 비누를 기준으로 약 1만6250kg의 탄소를 절감한 것으로, 이는 오토바이 4329대가 하루에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같다.

옮김의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물건이 옮겨지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옮김의 행위 자체가 자원 재활용과 기후 행동, 환경 보호와 같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부흥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가장 쉬운 방식으로 기후 행동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이 됨과 동시에 환경 보호에 앞장설 수 있다는 점에서 활동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옮김이 전달한 크레파스로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리고 있는 아이
옮김이 전달한 크레파스로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리고 있는 아이

Q. Green Circular Economy, 즉 녹색 순환 경제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옮김이 추구하는 모델은 무엇인지

일상에서 편의를 추구하는 삶이 역설적으로 우리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고, 효율적인 자원 순환을 위해서는 지금의 기후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후 행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녹색 금융이 필요하다.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Green Digital Platform이 필요하다.

‘옮김’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실현하는 데도 기여한다. 특히 목표 17번에 해당하는 ‘이행 수단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활성화‘에 집중한다. 자원의 선순환고리를 만들기 위해 첨단 기술과 금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Green Community와 Green Ecosystem을 조성하는 데 플랫폼이 중심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Decarbonation과 Digitalization을 실천하는, 작지만 선한 ‘Value Creator’가 되고자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멘토들이 참여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즉 모두가 기후 행동을 위한 ‘Green Ambassador’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구축이 옮김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녹색 경제에서 녹색 순환 경제로
(From Green Economy to Green ‘Circular’ Economy)

책임 분배에서 기후 행동으로
(From Burden Sharing to Effort Sharing)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스모키 마운틴(Smokey Mountain)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위생이나 교육 환경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스모키 마운틴(Smokey Mountain)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위생이나 교육 환경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Q. 옮김에서는 기성 NGO와는 다른 에너지가 느껴진다. 옮김의 특별함이라면

옮김은 젊다. 동시에 글로벌 어젠다에 앞장선다. 그래서 우리의 열정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혼자 행동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두고자 하고, 이는 바로 함께하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바로 기후 행동에 대한 실천을 ‘옮김’이 누구보다도 잘 해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옮김’은 지구 곳곳의 취약계층과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과 보건을 증진시키고자 기술과 금융을 접목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옮김의 장점이자 강점이다.

옮김의 비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우간다 아무루 지역 아이들
옮김의 비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우간다 아무루 지역 아이들

Q. 청년 단체로서 ‘옮김’이 수행했던 대표 사례가 있다면

‘옮김’은 필리핀 마닐라의 쓰레기 매립지역에 있는 SRD센터를 발굴해서 2016년부터 크레파스와 비누, 학비 지원 및 어머니와 아이들을 위한 급식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다. 크레파스와 비누를 통한 보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지역의 어머니와 선생님들과 논의하며 현지에 필요한 옮김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우간다 아무루 지역 학생들의 보건과 위생 증진을 위해 비누를 전달하고 화장실을 건립했다.

최근 들어 (사)한국탄소금융협회와 함께 금융권과 통신업계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네팔, 베트남, 미얀마, 몽골 등의 지역으로 크레파스와 비누를 전달하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협회 김효선 부회장은 ‘옮김’이 제안하는 녹색 디지털 플랫폼이 기후 행동에 혁신적 이니셔티브가 될 것이며, 녹색 생태계 조성에 청년 리더들의 역할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네팔의 경우 엄홍길휴먼재단과 함께 재단의 ‘휴먼 스쿨프로젝트’를 통해 곳곳 오지마을에 완공된 학교들에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플랫폼의 확장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옮김의 후원으로 지어진 화장실 덕분에 우간다 아무루 지역 아이들이 위생에 대한 안전한 장소를 보장받게 됐다.
옮김의 후원으로 지어진 화장실 덕분에 우간다 아무루 지역 아이들이 위생에 대한 안전한 장소를 보장받게 됐다. /사진제공=옮김

Q. 앞으로의 포부는

지금까지의 옮김의 활동은 자원 선순환이라는 기후 행동을 기반으로 보건과 교육에 초점을 맞춰 왔다. 물품을 재가공해 옮기는 하드웨어에서 나아가 교육 콘텐츠 개발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제공하고 싶다. 또한 아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구를 살리고 우리의 미래와 행복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아이템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 이 과정에 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인센티브·금융·IT를 접목한 플랫폼을 완성하고 싶다.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하나의 불씨가 더 커질 것이라 기대한다.

옮김이 지향하는 세상은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하되 내일이 아닌 오늘, 지금 바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녹색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지금, 그리고 함께 기후 행동을 실천하자! Act Now, Act with Us!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