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일상생활 속 유해물질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이옥신의 유해성은 익히 알려져 왔지만 PCB, PBDEs 등 그 용어조차 생소한 화학물질들이 다이옥신보다 훨씬 유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새롭게 도마위에 오른 헥사클로로벤젠(HCB)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헥사클로로벤젠은 다이옥신, PCBs등과 마찬가지로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로써 스톡홀름협약에서 규제하고 있는 유해물질이지만 다이옥신이나 퓨란과 같은 화학물질과 달리 배출허용 및 관리에 대한 법적 규제조치가 없을 뿐더러 그 유해성에 비해 사회적인 관심이 높지 않은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잔류오염물질로 규정된 12가지 화학물들의 경로를 살펴보면 유기염소계 농약(DDP 등), 산업용 화학물질(PCBs 등), 부산물(다이옥신 등) 등을 통해 각각 발생되지만 헥사클로로벤젠의 경우 이 세가지 모든 경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일상생활에 보다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헥사클로로벤젠은 강한 잔류독성과 고농도의 생물농축으로 인간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물질로 소각장, 제철소, 발전소 등의 굴뚝에서 많은 양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반면 일찍이 연구를 시작한 선진국에서도 헥사클로로벤젠에 대한 뚜렷한 오염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국제적으로 헥사클로로벤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방안과 배출허용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지만 국내 업계는 물론 시민들의 관심이 높지 않아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유해물질과 김동진 과장은 "그간 헥사클로로벤젠에 대해서는 ‘99년부터 매년 전국 120여 주요지점의 대기·수질·토양 등 환경중 잔류실태조사를 실시해 왔다"며 "앞으로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대한 보다 총합적인 관리를 위해 빠르면 내년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관한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갈길은 멀기만 하다.
최근 국내 19개 주요기업과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산업부문 다이옥신 배출량을 2010년까지 50% 줄이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지만 이렇게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제한은 결국 산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이경훈 환경에너지 실장은 "유행인냥 유해물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그럴때마다 각 유해물질에 대해 정부에서는 별도의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이중고를 반복하고 있어 산업체에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며 유해물질의 통합접근을 요구했다.
이어 "한때 NOX, SOX의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즉각 산업체에 사용제한 지시가 떨어졌고 산업체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따르기 위해 부담을 짊어지면서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유해물질의 제한을 요구하는 등의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관계 전문가들도 "발생원별 유형을 시급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저감방안 마련, 그 다음이 관련 법안을 만드는 일이 순서"라며 "새로운 유해물질이 거론될 때마다 개별적인 접근을 할게 아니라 총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현재 헥사클로로벤젠의 발생원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는데다 역학조사 및 관련 기초연구조차 다이옥신에 비해 현저히 미흡한 만큼 제대로 된 연구진행이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여타 유해물질과의 통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범지구적차원에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지난 ‘01년 스톡홀름 협약에 서명한 바 있으며 내년 중 관계부처와 협의하에 비준할 예정이지만 국내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협약만 체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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