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유해물질, 독성물질 등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뜨겁다. 물론 알려지지 않은 유해물질에 비하면 ‘새발의 피’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주위 곳곳에 유해물질이 산재해 있는게 현실이다.
다이옥신이나 DDT에 대한 유해성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알려져 온 덕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해물질로 인식되어 있지만 그보다 더 해로운 유해물질이 일상생활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몸에 해로운 것을 꼽으라면 끝도 한도 없지만 최근 새롭게 부각된, 일반인들에게 조금은 낯선 ‘HCB’ 즉 헥사클로로벤젠에 대한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양재호 교수의 설명을 귀기울여 보자.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양재호 교수
알려진 유해물질…이게 전부는 아니다


“헥사클로로벤젠은 환경에 매우 안정적이고 유난히 토양과 결집력이 강한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토양에 한번 축적되면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들과 또한 그 식물을 섭취한 사람에게까지 영향이 끼치는 것이죠. 헥사클로로벤젠이 토양에서 반감되는데 최대 23년이 걸린 사례도 있으니 얼마나 결집력이 강한지 알 수 있죠.”
양재호 교수는 헥사클로로벤젠의 유해성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헥사클로로벤젠이 어떤 성질을 띠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하나씩 새롭게 알려지고 있는 유해물질보다 알려지지 않은 보다 독성이 강한 유해물질이 많이 존재하며 미처 연구도 안 된 유해물질이 먼저 세상에 알려지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한다. 
양 교수는 “최근에야 일반에 부각된 헥사클로로벤젠만 해도 환경부, 식약청 할 것 없이 제대로 정보가 없을뿐더러 인체에 유해하다고 해도 당장에 조치를 취하는데는 무리가 따르는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헥사클로로벤젠이 다이옥신의 유사물질로써 그에 상응하는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지만 헥사클로로벤젠에 대한 농도 측정없이 다이옥신의 독성평가는 무의미한 만큼 명확한 데이터를 위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음식물 통해 90% 이상이 유입돼


"현재 헥사클로로벤젠의 발생원으로 농업용 살충제나 합성고무, 염소함유 물질의 제조과정 중의 부산물 등으로 다양하지만 이들의 90% 이상이 음식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물론 대기중에서 또는 피부접촉을 통한 유입도 있지만 무엇보다 모유를 포함한 음식의 섭취로 거의 유입이 되고 있습니다."
헥사클로로벤젠은 양 교수가 설명한 경로외에도 목재보존제, 음용수 또는 폐수의 염소화, 도시형 쓰레기 소각로 등 그 발생원도 다양하다. 더욱이 인체로의 유입이 ‘모유‘를 통해서도 이뤄진다는데 놀라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보다 놀라운 사실은 헥사클로로벤젠 특성상 태아독성이 강해 2세 이하의 어린이에 치명적으로 작용해 어린이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헥사클로로벤젠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양의 담배를 피워도 어떤 사람은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큰 영향을 안 주기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체내에서 헥사클로로벤젠과 반응하는 수용체와의 결합력이 높고 낮음에 따라 그 영향력도 달라지는 것이죠."
앞으로는 진짜 ‘독한 사람’만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기명사실로 들리는 이유는 뭘까.   


다이옥신과 너무나 닮은 ‘HCB’


이름도 낯선 ‘헥사클로로벤젠’의 폐해를 알아보자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지난 1955년부터 5년간 터키에서는 헥사클로로벤젠으로 살균처리 된 곡물로 만든 빵을 섭취한 후 500여명이 중독되고 4천여명 이상이 질병에 감염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는데 특히 헥사클로로벤젠에 노출된 여성들의 모유를 섭취한 유아들이 높은 사망률을 보여 전세계적으로 헥사클로로벤젠의 유해성에 관심이 모아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헥사클로로벤젠은 다이옥신의 유사물질로 불릴 만큼 다이옥신과 유사한 독성 및 생화학적 작용을 보이며 체내에 축적되어 내분비계에 장애를 입히거나 태아독성 등을 유발합니다.”
양 교수의 말을 다시 풀이하자면 아무리 헥사클로로벤젠이 유해하다고 강조해도 일반인들에게는 감이 안 잡히는 만큼 ‘다이옥신보다도 해로운 물질’이라고 설명하는게 효과적인 전달이라는 뜻이 아닐까.
“헥사클로로벤젠뿐만 아니라 앞으로 관리해야 할 유해물질은 넘쳐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많은 유해물질이 알려지겠죠. PCB와 PBDE, Perfluorochemicals로 분류되는 PFOA, PFOS, PFOSA, PFHxS, PFBS 등 용어조차 생소한 유해물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어떤 물질인지 규명도 되지 않은데다 관련 데이터조차 부재한게 현실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낯선 ‘화학용어’에 불과한 물질이지만 양 교수가 후자로 설명한 물질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회용컵이나 가정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는 후라이팬에서도 흔히 발생되는 유해물질이다.
“각 연령별로 유해물질의 혈중농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유해물질이 20~30대에 급격히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젊은이들의 식생활과도 상관성이 높음을 보여줍니다. 다른 연령대에서는 비슷한 수치를 보이는데도 유난히 젊은층에서 급상승을 보이는게 일회용품을 즐기고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습관과 일치하는 것이죠.”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많은 유해물질이 발견되고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해도 그들(유해물질)과 완전히 격리된 삶을 살기란 어려울 것이다. 
양 교수 역시 유해물질이 범람하는 현시점에서 앞으로 부각될 유해물질에 대해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말로 웃어 넘겼지만 수 백, 수 천... 어쩌면 수 십만가지에 이를지 모르는 유해물질을 나열하는게 오히려 곤욕이 아닐까. 결론은 알려지고, 알려지지 않은 차이가 있을 뿐 유해물질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 <글·사진/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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