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과 한류 뒤에 기획사들의 상술에 환경파괴 우려

[환경일보] 문화는 그 자체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연결된다. 

예술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자되면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이 윤택해져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이를 향유하는 대중들도 더 좋은 문화생활이 가능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과 돈이 결합한다는 이유로 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화가 자본에 종속돼 본말이 전도되면 문화는 도구로 전락하고 돈만 남는다. 거기에 환경파괴는 덤이다.

일본에는 AKB48이라는 그룹이 있는데 이들은 총선거를 통해 뽑는다고 한다. 무슨 아이돌을 선거로 뽑는다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총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철저하게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른바 레귤러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팬들의 투표를 통해 뽑혀야 하는데, 이 때문에 연습생들은 더 많은 표를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문제는 팬 1인당 1표가 아니라, 앨범 1장당 1표라는 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습생을 레귤러 멤버로 뽑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표를 해야 하고, 따라서 열성팬들은 앨범 수백장을 사서 좋아하는 연습생에게 몰아주게 된다. 

또한 앨범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만나는 악수회, 하이터치회 등의 참석권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 많은 앨범을 구입해야 한다. 

이렇게 구입한 수백장의 앨범은 쓰레기로 전락한다. 앨범이란 1장의 투표용지를 위해 구입하기 위해 딸려오는 부록일뿐이다. 

중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선거 시스템을 이용해 우유에 투표권을 첨부하는 서바이벌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투표용지만 빼고 우유는 모두 버리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K-POP은 다를까?

마이마이와 워크맨으로 상징되는 시대가 끝나고 MP3플레이어라는 과도기를 지나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면서, 밀리언셀러가 넘쳐나던 시대가 가고 10만장만 팔아도 선방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러자 기획사들은 일본의 앨범 판매 방식을 차용했다. 앨범에 팬 사인회 참석권과 포토카드 등을 랜덤으로 끼워 넣은 것이다.

팬 사인회에 참석하고 싶은 팬, 멤버별 포토카드를 모두 소장하고 싶은 팬들은 팬 사인회 참석권이 나올 때까지,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수십, 수백장의 앨범을 구입해야 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어떤 앨범이 100만장 팔렸다면, 이는 100만명이 구입했다는 뜻이 아니라, 1만명의 팬이 100장씩 구입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99만장의 앨범은 쓰레기로 전락한다. 실제로 보육 시설에는 이렇게 쓸모 없는 앨범을 너무 많이 기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BTS나 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의 세계적인 약진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거기에 환경과 문화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아티스트로서 존경받을만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들 뒤에서 돈을 버는 기업들의 모습은 과연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모습일지 의문이다. 수십년 전 서태지, 신해철 등 당대 쟁쟁한 가수들이 모여 ‘더 늦기 전에’라는 노래로 환경을 고민하던 모습은 다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아티스트와 팬이 상생하며 쓸데 없는 낭비를 줄이는 시스템을 고민해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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