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영향평가제 운영 및 발전 방향 연구 수행
제도개선위원회 도입···‘환경검진’ 체계 활성화 필요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이하 기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평은 제안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평가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의 대책을 강화하고자 올해 9월25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평가가 끝난 보고서를 검토한뒤 최종 협의까지 간 사례는 1건도 없어 제도가 빛을 볼 수 있을진 아직 알 수 없다. 그만큼 보완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이영수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장(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빨리 바꾸자고 제안할 수 있는 일종의 환경검진 기능이 더욱 강조된다”고 했다.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이하 학회)는 정부에 정책적인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 그룹 중 하나다.

이 학회장은 기평의 효율적인 운영과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를 책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평 과정에서 예상되는 소송 사례를 분석하는 과제에 착수한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의 문제 앞에 공짜는 없다”면서 “기평과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이 말을 많이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영수 학회장은 환경관련 국내 평가제도에 정통한 인물로 통한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 초창기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 ‘건강영향평가제’ 도입 등 과정에 일조한 연구자다.    

그는 학회장으로 부임하며 제도개선위원회 시스템을 도입했다. 불확실하고 예측이 힘든 기후변화의 특성을 평가에 반영하려면 미리 예측하고 건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이 학회장은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 논란이 되는 ‘거짓·부실’ 조사를 예로 들면서 “이미 2000년대부터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시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다가 2018년쯤부터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앞으로는 소위 ‘뒷북’을 치지 않도록 미리 막고 움직이게 할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기평’ 등이 일반 대중에겐 다소 낯설 수 있다는 기자의 말에 “우리가 사는 집이나 학교 주변에 어떤 공사를 진행할 때 생길 수 있는 환경적인 문제를 살피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며 거리감을 좁혔다. 

다음은 이 학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1월10일 본지와 만난 이영수 (사)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장 /사진=최용구 기자  

Q.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인 문제다.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가늠이 잘 안 된다

A. 당장 여기서 온실가스가 이만큼 나오는데 이 옆에 있는 다른 건물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얼마인가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평가하는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Q. 적정 평가범위를 놓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A. 예민한 부분이다.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어느 범위까지로 정하느냐에 따라 주민 등 이해관계자 간 의견수렴이 필요한 범위도 달라진다. 만일 옆에 있는 건물이 경찰서라면 거기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파악하는 과정엔 해당 경찰서 관계자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제도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Q. 대한민국 전체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텐데  

A. 그럴 수 있다. 다만 기평은 절차법에 근거해 이뤄지는 제도다. 기평은 기존 환경영향평가의 일환인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환경영향평가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철저한 절차법이다. 절차의 흠결이 있으면 무효화될 수밖에 없다. 

Q. 범위를 넓히긴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A.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의견수렴은 그만큼 힘들어지고 행정절차는 늘어난다. 평가에 반대하는 주민도 있을 수 있지 않겠나. 

Q. 현재 평가범위는 어떻게 설정돼 있나 

A. 일단 사업자가 제안한 사업과 관련된 해당 장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따져서 ‘구’ 단위의 영향 정도까지 파악하는 수준으로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 

Q. 어쨌거나 기평의 도입 취지엔 ‘기후변화 적응 대책 강화’가 있다

A. 결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평가는 있어야 한다. 기평 역시 환경영향평가제도 처럼 꾸준히 보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견수렴 문제만 봐도 풀어야 할 게 많다. 평가범위를 속히 넓히자고 의견수렴 절차를 건너뛸 순 없는 일이다. 

Q. 평가를 위한 정량화가 어려운 한계도 보인다 

A. 그렇다. 왜냐면 온실가스는 여타 대기오염물질처럼 굴뚝에서 측정한 수치적 근거로 영향을 파악하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평가기법이 발전하면 그 기법에 필요한 기초자료들이 새롭게 요구될 수는 있다.

의견수렴 통한 평가범위 조정··· 성장통 예상

제도 확장성·안정성 고루 검토돼야

Q. 그만큼 거짓·부실 조사 우려가 높진 않을까 

A.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언급했듯 측정 자체가 없으니 그에 따른 영향 예측이 없고 거짓, 부실의 시도 또한 가능성이 낮다. 현재 기평 과정에 활용되는 자료는 국가에서 제공된다. 사업자가 직접 조사해서 확보해야 할 자료가 아니다. 

Q. 기평이 시작된 9월25일 이후 아직까지 실제 협의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아직 없다. 조만간 평가서들이 들어올 걸로 보인다. 평가서가 들어오면 검토를 통해 환경부가 적정 여부를 최종 협의한다. 기평은 앞으로 수정·보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누가 디자인할지가 중요하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야 하는 과정이다.

이영수 학회장은 국내 환경영향평가에 있어 건강검진 같은 기능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영수 학회장은 국내 환경영향평가에 있어 건강검진 같은 기능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Q.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인가 

A. 일례로 평가제도에 관해 너무 자세히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내는 의견들 중에는 제도의 안정성과 실질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나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일각에선 ‘제도의 확장을 가로막는 주장’이라고 비판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정책 연구는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고루 살펴야 한다. 학회에 제도개선위원회를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제도개선위원회에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나 

A. 건강검진 같은 역할이다.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빨리 파악해서 바꾸자고 제안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도 와서 같이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제도개선위원회는 충분히 열려 있다. 

Q. 환경 관련 평가제도 분야에서 꾸준히 달려왔다.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A. 기평에 대한 연구 과제를 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적응 앞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많이 떠올린다. (창밖의 가로수를 가리키며) 저기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을 다 벽돌로 깔아놓을 필요가 있을까. 벽돌 제조 과정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 공간을 벽돌이 아닌 가슴 높이 정도의 나무로만 채워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올 때 물을 저장할 수 있고 길가의 교통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도심 속 놀리는 땅이 너무 많다. 도시계획을 세울 때 이것만 잘 반영해도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문제는 시멘트로 벽돌을 만드는 것이 비쌀지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는 게 비쌀지를 따진다는 것이다. 

Q. 끝으로 ‘기후위기 시대, 지구살리는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차를 몰기 보단 많이 걸었으면 좋겠다. 걷기는 건강에도 좋고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음식도 남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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