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지평 변호사 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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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토양이 오염되었음이 확인된 경우 오염된 토양을 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누가, 누구의 비용으로 정화를 할 것인가이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누구도 자발적으로 토양을 정화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토양 ‘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정화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정당하고 합리적이다. 문제는 토지의 소유자와 관리자가 수 차례 변경되고 제3의 인과관계가 개입되기 쉬운 토양오염의 성질상 오염을 발생시킨 자를 찾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어렵게 오염을 발생시킨 자를 찾아내더라도 당사자가 오염토양을 정화할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토양환경보전법」은 오염토양의 정화책임자를 오염을 발생시킨 자에 한정하지 않고 토지오염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와 토지소유자로 확대하고 있다(법 제10조의 3 제1항). 오염을 발생시킨 자를 특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토양오염의 특성상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오염토양 지상에 오염시설을 소유·점유·운영하고 있는 자와 토지소유자에게 정화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화책임자가 토양오염에 귀책이 없다면 다소 억울하겠지만 오염토양을 정화시켜야 할 필요성과 정화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예외도 있다는 점(법 제10조의 3 제2항)을 고려하면 다소 수긍할 수 있는 규정이다.

오염토양의 정화책임자와 관련하여 최근에 선고된 부산지방법원 2022. 6. 10. 선고 2021구합22280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해당 판결은 현재 고등법원에서 계속 중이지만 정화책임자에 관한 법원의 시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문제가 된 토지는 A공단이 소유·관리하고 있는 철도역 차량사업소 부지였다.  해당 토지에서 TPH(석유계총탄화수소)와 납이 법이 정한 수준을 초과하여 검출되었다. 처분청은 A공단을 ‘정화책임자’로 보아 2년간 토지를 정화할 것을 명령했다.

A공단은 처분청의 정화명령이 위법하다면 취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A공단이 주장한 논리는 토양에서 검출된 TPH는 윤활유이지만, 오염토양 지상에 설치된 시설은 경유저장시설이므로 오염시설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오염토양에서 납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검출된 납은 항만개발과정에서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공단이 정화책임자라고 인정했다. 증거조사결과 TPH 오염의 원인은 A공단이 한 철도 윤활작업에서 사용한 윤활유와 경유저장시설의 누유로 인한 것으로 보이고, 납 또한 도색작업에서 사용된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즉 토양에서 검출된 오염물질과 A공단의 시설물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법원이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두 가지 법리가 주요하게 작동하였다. 

첫째는 정화명령이라는 처분이 정당한지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이다. 정화명령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처분을 한 처분청에 있으나 그 증명의 정도는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일응의 증명이고, 그 증명이 되면 상반되는 주장에 대한 증명은 상대방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참조).  둘째는 오염물질과 인과관계를 따지는 대상이다. 대법원은 토양오염에서 오염물과의 인과관계는 유체물과의 인과관계이지 소유·점유하고 있는 자와의 인과관계는 아니라고 확인한 바 있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09다76546 판결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해 법원은 처분청의 경우 오염물질과 시설과의 일응의 인과관계만 증명하면 되고, 그 증명을 뒤집기 위해서 A공단은 오염물질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점이 아니라 오염물질이 그 시설과 무관하다는 점을 증명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확인되지 않는 한 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가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는 법 구조에서 오염물질과 시설 사이에 일응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가 정화명령을 다투기 위해서는, 오염물질과 시설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증명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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