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중심 하천관리와 급격한 도시화로 침수 방어 능력 취약
통합물관리 수계별 하천 계획 수립 및 취약층 보호 정책 필요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국내에 영향을 가하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성이 드러나, 이에 대한 방안과 대책 마련에 대한 시급성이 제기되고 있다.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국내에 영향을 가하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성이 드러나, 이에 대한 방안과 대책 마련에 대한 시급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국내도 전에 없던 산불‧가뭄‧홍수 등의 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울진‧삼척에서 일어난 초대형 산불로 축구장 2만여개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한창 작물을 심어야 하는 2분기부터 50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 닥쳐 애꿎은 농민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8월에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연평균 강수량의 30%를 넘는 426.5mm 비가 쏟아지면서, 기상 관측 이래로 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반지하 집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폭우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로 포항 냉천이 범람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9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가구의 주택과 상가가 침수됐으며, 포스코는 1973년 용광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낸 지 49년 만에 홍수피해로 고로의 불을 끄고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11월12일 밤사이 내린 가을비로 수도권 도로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이상기후로 비가 2~3시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도 일대 도로가 침수돼 일시적으로 교통이 마비되는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국내, 홍수 및 집중호우로 인한 기후재난 취약성 드러나

이처럼 다방면으로 발생하는 대대적인 이상기후 예방안이 필요하지만, 특히 홍수 및 집중호우로 인한 취약성에 대한 대책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홍수재해 진단과 개선 국회포럼’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홍수재해 진단과 개선 국회포럼’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기상청이 2020년 작성한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확연히 증가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발표했다. 또 2014년 이후 단기간 강우 강도가 증가해 중소 하천에서 홍수 발생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개발 중심의 하천관리,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홍수방어능력이 취약해져 있어 이수진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통합적으로 자연친화적인 물관리가 필요하다”고 18일 ‘기후위기 시대 홍수재해 진단과 개선 국회포럼’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또 최근 홍수재해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기에 하수도만을 의존하는 대책이 아닌 유역과 도심을 연계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기존 홍수방어시설의 안전도를 상향하고 ▷홍수예보체계를 구체적인 비상대처방안까지 연계할 필요가 있으며 ▷급격히 증가한 도시 불투수율을 투수 포장 등을 활용해 강우 지중으로 침투‧저류시켜 자연적인 물흐름을 회복하는 적극적인 시행 등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수진 의원은 유역과 도심을 연계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수진 의원은 유역과 도심을 연계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냉천 홍수와 포항제철 침수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11월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냉천 홍수는 실측자료가 없는 부정확한 계획홍수위 산정과 환경부의 부실한 검토로 태풍 대비를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가하천전략 등 수용성 높은 종합정책 요구돼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대표는 기후재해 대응을 위해 지방하천 관측소 확대를 골자로 한 ‘수자원 위성 개발지원법’과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 발의 등 다양한 정책에 제시되고 있지만, “국가하천전략, 홍수전략, 기후탄력 환경도시, 자연기반해법 재해방지 대책 등 수용성이 높은 종합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홍수대책을 살펴보면 통합물관리, 유역대책, 디지털 트윈, 하도 정비, 물순환 저영향 그린인프라 도시 등 다각적인 홍수 대책이 마련됐지만, 부처별 분산 대책 추진으로 유역대책은 미시행 되거나 과잉 중복투자의 오류, 유역대책보다 치수 위주의 하도대책으로 변경된 사례가 반복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특정 부서, 분야의 정책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이 대표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재난 안전도를 높이고, 친환경 유역별 홍수 대책, 통합물관리 수계별 하천 기본계획 수립, 인프라 대책과 함께 과감한 자연기반해법 추진 등 좀 더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대책 수립이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대표는 통합물관리 수계별 하천 기본계획 수립, 인프라 대책과 함께 과감한 자연기반해법 추진 등 좀 더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대책 수립이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대표는 통합물관리 수계별 하천 기본계획 수립, 인프라 대책과 함께 과감한 자연기반해법 추진 등 좀 더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대책 수립이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홍수 대응 전략으로 김원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은 ▷국가적 목표 설정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구조적 대책 개발 ▷종합적 대책 개발 ▷비상대처계획 수립 ▷도시홍수법 제정 ▷중요 지역에 대한 홍수안전도 향상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기왕최대강우량 활용한 홍수 방어 목표 설정안 검토 필요

아울러 세종대 권현한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도시 홍수 사례 조사 및 시사점들을 들어, 빈도개념을 적용해 제한된 지역의 ‘기왕최대강우량’을 활용한 홍수방어목표 설정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또 홍수발생 원인에 적합한 대책 개발을 위해 지역별 홍수방어능력을 신속히 재평가가 돼야 한다며, “하도‧유역분담을 고려한 지역특성에 맞고, 하수도에 의존하는 대책이 아니라 내외수, 유역대책을 연계한 종합적인 대책 개발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지방정부, 학계, 연구소, 단체들이 모두 참여해 2004년부터 3년마다 Gilbert White 홍수정책포럼을 진행하며, 전문가들의 학술토론에 그치지 않고 국가 홍수관리정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계부처, 지자체, 연구소, 공공기관, 학계, 단체 등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있다. 이상은 국토연구원 안전국토연구센터 센터장은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 각 지역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변화를 주문할 수 있는 위원회의 적극적인 활용을 강조했다.

사회, 환경적 취약계층의 맞춤형 홍수피해 보호 정책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진홍 중앙대 명예교수는 “홍수 피해 발생 시 능동적인 대피가 쉽지 않은 취약계층이 홍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재해구호 시스템과 같은 맞춤형 홍수피해 대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