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 대응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환경일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11월20일 폐막했다.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3만여명이 참석한 이번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는 극한 가뭄 등 지구온난화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된 만큼, ‘적응’, ‘손실과 피해’ 등의 의제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최대 쟁점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선진국 및 군소도서국 협상그룹(AOSIS) 등이 2025년 이전까지 전 세계 배출량 정점 달성 촉구, 글래스고 기후합의의 석탄발전 단계적 축소,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철폐보다 진전된 감축 노력 등을 요구했음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총회 시작부터 개도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전담하는 재정기구(financial facility)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스리랑카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스리랑카가 배출한 탄소배출량은 매우 적지만 우리는 인류가 만든 재앙의 피해자가 됐다”고 호소했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는 올해 폭우로 홍수·산사태까지 잇따르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닥친 폭우와 폭설, 가뭄 등으로 인해 개도국은 막대한 피해로 인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선진국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COP16에서 선진국은 개도국 지원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COP21에서 이를 2025년까지 연장한 바 있으나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수출과 관련해 논란이 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역시 2030년까지 480조원을 투입해 미국의 온실가스 40%를 줄이겠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을뿐, 개도국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기후변화특사 존 캐리 역시 “중국이 피해보상에 나선다면 미국도 움직일 수 있다”는 물귀신 같은 발언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세계 탄소 배출 1위인 중국은 “우리는 여전히 개도국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상금을 낼 필요는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2022년 현재 탄소 배출량은 중국이 미국에 비해 2배 이상 많지만, 누적 배출량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개도국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대통령이 강조해온 ‘과학적 접근’과 ‘국제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 활약’은커녕 존재감도 느끼기 힘들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자체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도 아니다. 다만 지구는 협상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류의 미온적인 대처를 너그럽게 용납하며 기다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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