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너도나도 유기농을 찾는다. 오히려 시중에 너무 많은 유기농산물이 판쳐서 어떤게 진짜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산물을 찾는데 그렇다면 유기축산물을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아직까지 국내에서 인정된 유기축산물은 없지만 유기농보다 더 청정한 유기축산의 도입을 한 단계 앞당기는데 한몫하고 있는 오상집 교수를 만나봤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대 오상집 교수
유기농보다 확실한 ‘유기축산’


“한동안 광우병, 구제역, 다이옥신 돈육 파동으로 소비자들이 국내 축산을 불신한 적이 있었죠. 몰론 그와 더불어 안전한 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앞으로 유기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짐은 물론 유기계육이나 계란, 유기낙농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될 전망입니다.”
식품매장을 둘러보면 느끼겠지만 각 축산물마다 ‘청정지역 OO에서 사육’했다는 등의 문구를 흔히 볼 수 있으며 계란이나 우유 등의 제품만 봐도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오상집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도 축산물과 관련해 항생물질 잔류 및 내성문제, 조류독감, 구제역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축산물에 대한 관심이 예민해진 만큼 축산물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나라보다 높은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더군다나 축산이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유기축산에 대한 기대도 커져만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가축분뇨 폐기물의 과잉배출로 수계는 물론 토양오염까지 가중돼 환경관련 민원이 야기되고 있는데다 집약축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항생물질의 사용량이 높아짐에 따라 내성균의 출현 등의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오 교수는 실제 주요국의 항생물질이 가축용 특히 성장촉진용으로 판매되고 있어 이러한 논란으로부터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밀집사육으로 폐기물이나 가축 대사산물의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암모니아, 황화수소, 메탄가스 등에 의한 공기오염 문제도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 미국내 메탄가스 발생의 약 24%가 집약 축산지역의 분뇨 액화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한다. 


유기축산...말만큼 쉬운건 아니다


시험삼아 한 농가에서 농지의 한 구역에서만 유기농 재배를 한 적이 있다.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30년 가까이 지었는데 결국 그 토양에서는 농약없이도 농산물이 계속 잘 자란다고 한다.
이렇게 농작물에게는 화학비료 없이, 가축에게는 항생제등의 투약없이 체질을 개선시켜 나가는게 진정한 ‘유기(organic)’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서히 우리나라에서도 유기축산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미 국가적으로도 유기축산을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축산여건은 유기축산을 하는 여느 선진국과 매우 다릅니다. 그러므로 주어진 여건에 맞는 유기축산을 접목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한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죠.”
오 교수는 선진 유기축산을 무조건 좆아가기보다 한국형 유기축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그간 불거진 축산물 문제로 불신의 폭이 높아 무항생제 축산물이나 유기축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현재 각종 브랜드의 축산물이 급증하는 것만 봐도 소비자들의 차별화된 축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점차적으로 한국형 유기축산의 도입을 준비하는 상황이지만 비좁은 국토에서 그리고 전 축산농가에서 유기축산을 하는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오 교수는 전국적으로 5~10%가 적정한 유기축산의 규모라고 설명한다.


多브랜드는 No브랜드! 차별화가 관건


“국내에서 판매되는 쌀 중에 ‘유기’자가 들어간 쌀이 얼마나 될 것 같으세요? 무려 270여개나 됩니다. 그 이상일 수도 있죠. 이렇게 많은 유기농산물 사이에서 진짜 유기농을 일반인들이 가려낼 재간이 있을까요.”
앞서 설명했지만 매장에 가보면 축산코너에는 여기도 저기도 ‘청정지역‘ 멘트가 빠지지 않고 과일이나 채소는 ‘유기농’아니면 ‘친환경’이라는 광고 아닌 광고가 빠지지 않는다.
결국 오 교수는 “다(多)브랜드는 결국 노(No)브랜드를 의미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차별화되지 않은 유기제품은 오히려 더 많은 혼란만 가중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도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도농교류 등의 사례를 꼽으며 “아무리 관광 생태공원을 추진하고 도농교류를 한다 해도 차별화된 기획없이 다수한 이벤트성으로 끝난다면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한번 도농체험을 했던 사람들은 식상해 할 정도”라고 설명한다.
어쨌건 중요한건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이 쏟아져 나올 유기제품들이 나름대로의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조차 퇴색해 버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상집 교수가 전하는 억울한 점 하나. 그건 바로 국내축산의 이미지다.
지금 한번 외국의 축산농가와 국내 축산 농가를 떠올려 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 한번도 가본적 없는 외국의 축산농가에 대해서 드넓은 초원에서 뛰어노는 양이나 소떼들을 떠올리며 오버롤, 즉 멜빵바지를 착용한 인심좋게 보이는 아저씨가 그들을 쓰다듬고 있을 것이다.
반면 국내 축산환경을 떠올린다면 어두컴컴한 사면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가건물 안에 돼지, 오리할 것 없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들이 스쳐지나 간다. 물론 상상만으로도 냄새가 코를 찌를지도 모르겠다. 
오 교수는 “국내 축산을 언급할 때마다 항상 이런 모습만을 공개하다보니 일반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편견을 갖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유기축산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축산이미지 제고가 시급하다고 당부한다. <글·사진/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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