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사법 악용으로 내몰려‧‧‧ “학생 가르치는 일에 회의감”
퇴직금 미지급, 저임금, 학기 단위 고용계약, 구조조정에 ‘고통’

열악한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19년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대학들의 법 악용으로 되레 강사들의 고용불안정 등이 심화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열악한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19년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대학들의 법 악용으로 되레 강사들의 고용불안정 등이 심화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대학 강사들은 대학교의 단기 소모품일 뿐이다. 퇴직금 미지급은 물론, 일반 아르바이트생들도 보장되는 4대 보험도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열악한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1년 이상 임용 계약을 맺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2019년 8월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강사들이 대상으로, 이를 악용하는 대학교로 인해 강사들의 고용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 K 대학교에서 근무하던 A 강사는 “해당 대학교에서 주 20시간을 일해 왔지만, 개정된 강사법 시행 이후 기존의 강사들 절반이 잘리고 남은 강사의 수업시간의 수도 15시간 미만으로 줄였다”며 “강사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최소 2개의 대학교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S 대학의 B 강사는 “3학기(9개월) 일을 하고 1학기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며 “대학교는 철저한 영리집단이다. 언제든지 선생들을 자를 수 있게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A와 B 강사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본지 취재 결과, 강사법 개정안을 통해 보호받기보다 1학기(3개월) 단위로 계약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 강사들도 다수 있었다.

서울 소재의 H대, K대, S대 등 세 개 이상 대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강사 C 씨는 “대학교가 매우 무책임하다. 두 개 이상의 대학교에서 일하지 않으면 월급이 100만원 남짓”이라며 “1학기 단위로 계약하는데 매월 강의평가를 통해 강사를 자를 수 있는 척도로 사용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1일 국회에서 강민정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방학 중 임금 역시 강사법에 명시돼 있으나 극히 일부 기간만 지급하는 등의 강사 처우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21일 국회에서 강민정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방학 중 임금 역시 강사법에 명시돼 있으나 극히 일부 기간만 지급하는 등의 강사 처우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어 “대학강사들은 일이 즐거워서 학생 가르치는 일을 하는 데 회의감이 매우 많이 든다”며 “프리랜서로 취급돼 3.3% 세금은 다 내면서 4대 보험, 퇴직금도 못 받으니 편의점 알바를 하는 동료 대학강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사의 처우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학강사 제도의 실태와 법‧제도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강민정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강사법 시행 이후 일부 학교에서는 강사임용의 부담을 전임교수의 강의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사립대 강사처우개선사업비’ 항목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대한 여파로 사립대학의 재정적 부담은 더욱 증대돼 대학들의 대대적인 ‘강사 구조조정’이 나서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 의원은 “방학 중 임금 역시 강사법에 명시돼 있으나 극히 일부 기간만 지급하고 있다. 매우 낮게 책정된 시간강사의 강의료 또한 문제”라며 “국회 차원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김진균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러한 실태가 위법한 사항이라고 짚었다.

현재 강사는 한 대학에서 주당 5시수 미만의 강의를 하더라도 2개 대학 이상의 사업장에서 강의를 하며 주당 5시수 이상을 강의하는 강사는 구제되지 못한다. 주당 3시수라도 강의 준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김 위원장은 “강사의 지도 및 연구에 대한 노동을 노동시간 산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고등교육법 제15조제2항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제도 안착의 미흡을 인정하며 이날 대학 강사의 처우개선과 제도의 현장 안착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인성 기자

강사의 준비 노동 또한 교육과 지도 및 연구를 포함해 모든 교원의 보편적 노동의 범주에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퇴직금과 같은 논리로 거절된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에서도 주당 시수의 차이를 불문하고 모든 강사에게 교원으로서 퇴직금과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코로나19 확산, 대학재정 여건 악화 등 제도 안착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이실직고했다.

이 장관은 “그간 교육부는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이라는 본래의 정책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 강사제도 발전협의회’ 등을 구성‧운영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지만 대학 강사의 처우개선과 제도의 현장 안착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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