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브랜드별 반납이 제도 실패의 핵심 요인”

편리한 반납방식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제공=녹색연합
편리한 반납방식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제공=녹색연합

[환경일보] 1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 지역인 제주와 세종지역의 시민 82%가 교차반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8명은 지금의 브랜드별 반납보다 교차반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11월16일과 18일, 제주와 세종에서 대상으로 ‘1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지역 교차반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반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제공=녹색연합
반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제공=녹색연합

응답자 66%가 1회용컵 반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장 상관없이 반납할 수 있어야 한다’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1회용컵 보증금제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교차반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12월2일 1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시민 10명 중 6명은 제도 시행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와 세종지역 시행에 대한 인식 여부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제공=녹색연합
제주와 세종지역 시행에 대한 인식 여부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제공=녹색연합

12월2일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보증금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46.3%, ‘들어본 적 있지만 세부 내용을 모른다’는 응답은 16.3%이다.

응답한 시민의 70%가 주 1회 이상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주요 소비자임에도 절반이 넘는 수가 제도 시행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도 시행에 대한 환경부의 홍보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이대로라면 시행 초기 소비자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1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 수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환경부는 올해 1월, 대상사업자가 79개 법인, 105개 브랜드로 총 3만8000여개 매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도지역 시행 결정으로 대상 사업자는 55개 브랜드, 586개 매장으로 줄었다.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사진=인천녹색연합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사진=인천녹색연합

최근 다회용컵 서비스를 도입 계획을 발표한 브랜드를 제외하면 참여 매장은 더 줄어든다.

현재 스타벅스는 제주와 세종에서, SPC는 제주에서 다회용컵 서비스 시행을 준비 중이다. 이마저 제외하면 대상 매장은 483개로 계획보다 18%가 감소한다.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17조 3항에 따르면 1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은 가맹점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이기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함에도 대상 매장 수가 축소되면서 본사 책임을 묻기는 더 어려워졌다.

본사에서는 수천개 가맹점 중 10여 개에 불과한 매장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문인지 제주와 세종 지역 어느 매장에서도 보증금제에 대한 홍보물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환경부는 제도 수용성과 형평성 확보라는 이유를 내세워 대상사업자에 개인 카페를 포함할 계획이다.

제주도 상위 20개 커피전문점 중 보증금 적용 대상 카페는 단 2곳에 불과해 이미 제주도 내에서도 개인 카페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환경소비자단체들이 1회용컵 보증금제 전면 시행을 촉구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환경소비자단체들이 1회용컵 보증금제 전면 시행을 촉구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환경부는 지자체에서 조례 등으로 대상 사업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대상사업자를 프랜차이즈 매장 외 개인 카페까지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국 시행을 포기하면서 제도의 중심에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하고, 개인 카페를 추가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제주 지역 내 개인 카페가 보증금제 대상으로 확대된다면 동일 브랜드 반납은 불가능하다. 이미 제도를 준비하면서 환경부는 개인 카페로 대상 매장이 확대되면 브랜드별 반납은 의미가 없어지기에 교차반납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자원재활용법 15조의 2 제4항에 따르면 1회용컵 회수 등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보증금 대상사업자인 판매업자에게 있다.

이는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감사원이 발표한 검토 내용 중 일부다. 보증금컵의 회수와 재활용 책임은 판매업자, 즉 프랜차이즈 본사와 판매 매장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장 반납이 효과적이고, 판매자 책임을 부여하는 적절한 방법을 알면서도 시행하지 않는 환경부는 속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관련 공익감사 관련 감사원의 검토 사항 /자료제공=녹색연합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관련 공익감사 관련 감사원의 검토 사항 /자료제공=녹색연합

1회용컵 보증금제의 취지는 방치된 컵의 회수를 통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있다. 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방치된 컵의 회수율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납이 편리하도록 최대한 많은 매장에서 반납할 수 있는 방안인 교차반납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환경회의는 “환경부는 이미 브랜드별 반납이 제도 실패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1회용컵 보증금제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제도의 실효성에서 중요한 지표가 되는 교차반납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상 지역을 축소하고, 사업자의 편의만 고려한 제도로 변경하니 제도의 큰 축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누더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1회용컵 보증금제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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