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인천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장, 인천대 교수)

경제문제와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매우 크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와 환경의 관계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려는 시각이 늘고 있다. 배고픈 시대에는 배고픔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문화나 환경에 대한 강한 욕구를 나타낼 수 없듯이, 경제문제가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환경문제를 최우선하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의 관계가 재조명되면서 경제와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경제’라는 용어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단지’가 발전의 상징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를 모조리 폐쇄할 경우 국가 경제가 마비될 수 있고, 심각한 고용문제를 일으켜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공단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환경친화적 산업단지 접근 방법은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산업단지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면서도 사회환경적인 문제와 자연환경적인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 주변과 조화되고 미래로 연결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추진한다는 개념으로, 산업단지 내 ‘지속 가능한 개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단 주변에 녹지를 충분히 조성해 주변과 조화되도록 하고, 대기 질 개선이나 열섬 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하거나 공단 내 유사업종 종사 업체들이 공동으로 처리장을 만들어 처리효율의 증가와 수질개선 효과를 이룩하고, 처리비용 절감을 통해 업체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노력이나 리사이클(Recycle) 제도의 활성화, 슬러지ㆍ폐기물 등의 원자재로의 재활용 노력 등은 이와 같은 친환경 산단 사업 추진의 일부분이다.

환경부에서는 1998년부터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시ㆍ도에 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해 현재 18개 센터에 이르고 있으며, 이 센터 내에는 연구 인력과 지역 내 기업의 환경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이른바 ‘환경홈닥터’들이 수백 명 있다. 이와 같은 준비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산업단지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예를 들어, 인천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남동공단의 경우 인천광역시와 시민사회가 함께 친환경 산단 추진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도금업체들의 폐수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 기술지원단을 구성해 현장을 조사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남동국가산업단지의 종별 폐수 배출 업체 수는 837개 사(2005년 1월 현재)이며, 이 중 5종 사업장이 788개소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은 도금업체들이다.

그러나 내년(2006년)부터 질소배출허용기준이 200㎎/ℓ에서 120㎎/ℓ로 강화됨에 따라 현재 처리 시설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지역 내 경제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은 폐수처리뿐만 아니라 악취문제ㆍ대기환경문제ㆍ폐기물문제ㆍ자연환경보전문제 등으로 확대돼 에너지 절약형의 친환경 산단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백 명의 ‘Think Tank’들과 지역 내 환경 현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가 친환경 산단 조성에 앞장서서 지역 내 경제의 희생 없이 환경 개선을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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