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가 시행하는 성남 판교지구·용인 흥덕지구·광주 수완지구·양주 고읍지구 등의 택지개발 공사 과정에서 과거 주택과 공장 등에 무분별하게 사용된 석면이 섞인 슬레이트 건축폐기물을 불법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건교위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乙·한나라당)지난 23일 한국토지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남 판교지구·용인 흥덕지구·광주 수완지구·양주 고읍지구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토지공사는 관련 법규를 무시하고 석면이 10% 이상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슬레이트 등 건축폐기물을 신고 없이 마구잡이로 처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는 석면 해체·제거작업에서 발생한 석면을 함유한 폐기물은 불침투성 용기 또는 자루 등에 넣어 밀봉한 후 적절히 처리해야 하고(산업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240조), 1%를 초과하는 석면을 함유한 설비 또는 건축물을 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해체·제거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성남 판교지구 등 4개 지구의 공사현장 곳곳에서는 불법으로 야적돼 있는 석면 슬레이트 건축폐기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석면 슬레이트가 고형화·밀봉 처리가 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건축물 철거·해체 시 석면 슬레이트와 다른 고형물을 한꺼번에 마구 부숴 주변 지역에 석면 분진이 퍼져 나갔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2003년 7월에 개정된 산업보건안전법 제38조에 따르면 석면이 함유된 설비 또는 건축물을 해체·제거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관할 지방노동관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동법 제28조 1항에는 ‘안전·보건상의 유해 또는 위험한 작업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작업(백석면 등 사용허가 물질을 제조 또는 사용하는 작업 등)은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그 작업만을 분류해 도급(하도급을 포함한다)을 줄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토지공사 및 토지공사와 계약한 도급업체들은 법 개정 이후 7월 말까지 공사현장에서 석면 슬레이트 건축물을 해체·제거할 때 노동부에 단 한 건의 허가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관계자는 “택지 개발현장에서 석면 슬레이트 처리는 고형화된 건축폐기물이 부서질 경우 비산될 우려는 있지만 어디까지가 지정폐기물인지 알 수 없다”며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제3조 지정폐기물의 종류로 보지 않아 불법으로 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10~20년 된 재개발지역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허물면서 부스러기가 발생할 경우 그 행위 자체에서 이미 비산됐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지정폐기물로 보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석면환경협회 구기영 사무총장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대단히 미세한 섬유여서 바람을 타고 1120km나 날아갔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라며 “수많은 건물 철거 과정에서 석면 분진이 비산돼 공사 인부와 주변 주민들의 허파로 들어가고 있어 하루속히 석면과 관련된 잘못된 법령을 개정하고 법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석면 함유 건축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분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공사비 증가를 우려한 공사업자의 불법 해체작업이 지속되고 있다”며 “관계법이 있긴 하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현실과 먼 규정일 뿐이다. 사업주 및 작업자들이 석면의 유해성 등 안전보건의식을 강화하고 잘 지킬 수 있도록 공사현장에서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석면은 과거 ‘꿈의 섬유’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됐지만 장기간 흡입 시 10~30년 후 폐암·악성 중피종·석면폐 등 인체에 치명적인 병을 발생시키는 1급 발암물질로, 이미 유럽연합(EU) 등 세계 30개국 이상이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매우 제한적인 사용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웃 일본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석면의 사용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법규
·산업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240조 : 사업주는 석면 해체·제거작업에서 발생된 석면을 함유한 폐기물은 불침투성 용기 또는 자루 등에 넣어 밀봉한 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 1%를 초과하는 석면을 함유한 설비 또는 건축물을 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해체·제거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백석면 등 기타 석면을 제조·사용 또는 해체·제거하고자 하는 자는 관할 지방노동관서에서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2003년 7월에 추가 개정).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 및 설비를 해체·제거하고자 하는 때에도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8조(유해작업도급금지) : 동일 사업장 내 석면의 제조·사용 또는 해체·제거하는 도급 금지 ①안전·보건상의 유해 또는 위험한 작업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작업은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그 작업만을 분류해 도급(하도급을 포함한다)을 줄 수 없다.
*도급금지작업 : ③백석면 등 사용허가 물질을 제조 또는 사용하는 작업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7조 : ①법 제2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유해·위험작업의 도급에 대한 인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도급인가신청서에 서류를 첨부해 관할 지방노동관서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폐기물관리법시행령(제3조 지정폐기물의 종류) 폐석면 가. 석면의 제조·가공 시 또는 공작물·건축물의 제거 시 발생하는 것(슬레이트 등 고형화 돼 있어 비산될 우려가 없는 것을 제외한다)

<여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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