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해부터 무분별한 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사전에 보호하자는 취지로 시행돼 온 사전환경성검토. 그러나 본래의 훌륭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행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많이 지적돼 존재 여부를 다시 따져봐야 할 지경이다.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 시 지적된 바 있는 ‘사전환경성검토 협의 전 사전공사’가 지금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고, 협의 결과에 대한 ‘관할환경청의 이행실태 감독’도 부실하다.
하물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하고도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또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해도 현행법으로는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그 원인을 따지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환경부의 개선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다행히 사전환경성검토를 했다 하더라도 사전환경성검토보고서의 측정자료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도의 본래 취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시간, 정밀한 장비 등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용역업체들이 이를 따라주지 못해 온갖 편법들이 동원되고, 이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다.
조사항목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측정기준을 따르지 않고, 노후장비로 인해 측정치에 오류가 발생하고, 측정시간을 변경 또는 조작해 입력하거나, 비슷한 유형의 검토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하는 등의 편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주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저감 대책을 마련코자 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고, 사업주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용역업체의 현실임을 감안해볼 때 신뢰성이 떨어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를 기준으로 만드는 저감대책들은 미비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보고서 자체의 신뢰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시점에서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한들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든다.
사전환경성검토가 정말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를 바란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용역업체들을 관리할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환경영향평가 대행기관에 대한 관리 규정은 있지만 사전환경성검토보고서 작성을 대행하는 용역업체들을 관리할 수 있는 근거 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근거법이 없으니 관리할 수 없을 것이고, 관리하지 않으니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존 환경영향평가제도로는 입지의 타당성 등 근본적으로 친환경적인 개발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시작된 사전환경성검토가 그 본질을 잃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적인 허점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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