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근원은 바로 물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는 70% 이상이 물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물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국가는 국민과 생태계에게 물을 형평성 있고 안정성 있게 공급해 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명감을 갖고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난 13일 국회 헌정기념관 1층 대강의실에서 제종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 환경정의 주최로 생명의물 4차 정책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수리권 심포지엄은 당면한 물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대립하고 있는 수자원공사와 서울시의 청계천 물 값 분쟁을 법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로 열렸다. 청계천 물 값 논쟁은 건설교통부 중앙하천관리 위원회의 면제 결정으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또한 청계천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반영된 듯하다는 느낌도 지우기 힘들다.

서울시에만 특혜 줄 수 없어

수자원공사는 연간 17억여 원의 물 값을 요구하고 공익 목적이라면 감면받을 수 있지만 청계천은 공익이라고 보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공익상 특별한 사유’는 재해와 같은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재난상황을 지칭하는데, 청계천은 유지용수에는 해당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계천 복원의 혜택은 서울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국가 차원의 공익성을 인정할 수 없고 다른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생태계 복원, 친환경 하천 조성 등을 위해 하천 물의 무료 사용을 요구하는 판이라 형평성 차원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도의회 최형지 의원은 이날 “유한한 경제재를 이용하는 대가는 무한한 공공재를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현행법상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공익성(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위한)과 회귀성(잠시 사용하다 한강으로 다시 흘러간다)을 이유로 물 값 납부를 거부했다. 서울시의 주장대로라면 그 누구도 물 값을 납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강물은 수자원공사의 전유물?
반면 서울시는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물도 아니고 다시 한강으로 흘려보내는 물인데 돈을 받겠다는 것은 너무한 것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흐르는 물을 정수 과정을 거쳐 더 깨끗하게 만들어 되돌려 주는데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마치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식’ 처사이며, 정서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청계천의 경우는 낚시나 수영을 하는 것과 같이 수량과 수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한강 물을 끌어와 다시 한강으로 보내는 비소모적 사용이다”라고 규정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은 모두 수자원공사 것’이라는 식의 우리나라 수리권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건교부, 서울시 손 들어줘
청계천 물 값 논란의 중재를 맡았던 건교부 중앙하천관리위원회의 입장은 마치 ‘받을 수 있지만 면제해 준다’는 성격을 띠고 있다. 청계천 유지용수가 감사원,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댐용수이고, 댐법 제3조에 따라 유수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현행법상 유권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태계 복원과 친수환경 조성을 위한 비영리사업인 점등을 고려하고, 공익상 기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요금을 감면할 수 있다는 한국수자원공사 댐용수 공급 규정이 있는 바, ‘위원회’는 청계천 용수가 공익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불합리한 수리권제도, 체계화해야
이번 청계천 물 값 논쟁은 물기본법의 제정과 수리권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불러왔다. 관생수리권·허가수리권·댐 사용권 등으로 분화돼 있는 수리권을 체계화하고 물 기본법의 제정과 하천법·댐법·수자원공사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댐 사용권의 개선 및 유역 수리권제도의 도입과 유역차원의 수리권 관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집중적인 개발시대의 중앙정부와 공기업 중심의 물 관리체계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유역관리체계로 전환하고 댐 원수, 하천점용료, 지하수부담금, 물이용 부담금 등을 부과체계로 개선해 요금구조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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