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에서 최근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슈를 들라고 하면 조류독감과 관련된 내용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조류독감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와 고민이 크다는 것을 뜻하는 동시에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임을 의미한다.
조류독감은 새를 숙주로 하는 독감이다. 사실 독감 자체가 새를 숙주로 한다. 문제는 우리가 조류독감이라고 부르는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우리가 앓아온 독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이러스의 변이성에 있다. 즉 H5N1·H7N7 등 사람으로 전염되는 변종이 나타나면서 조류에게서 사람으로 감염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능력은 추후 새로운 형태로의 변이발생을 시사하기 때문에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온다.

최근 조류독감이 나타나고 있는 유럽 선진국의 경우 이미 1997년부터 조류독감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감염돼 발병했을 때 비용과 예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다. 백신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때마다 만들 수 있는데, 그 시간은 3개월에서 4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3~4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백신 개발은 실제 조류독감 대유행이 몰려오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빠르게 변하는 바이러스의 변이속도를 개발속도가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조류독감 대유행’이 왔을 경우 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때문에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의 확보가 요구된다. 항바이러스제는 조류독감에 걸린 후 2일 내에 먹으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능력이 생기게 해준다.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만 확보된다면 조류독감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26일 열린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책 민관 합동회의’에서 2006년까지 100만 명분의 항 바이러스제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 또한 이와 크게 다른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타미플루는 생산을 독점 공급하는 제약회사 로슈사의 특허권 주장으로 인해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릴렌자의 확보 등과 같은 여러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릴렌자는 흡입식이기 때문에 타미플루와 비교했을 때 손쉽게 이용하지 못할 수 있지만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얼마 전 보도에서는 조류독감의 내성이 릴렌자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물론 이 또한 충분한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미플루를 비롯한 항바이러스제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대국민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타미플루·릴렌자만 믿을 수는 없다. 이런 것들은 조류독감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중 일부일 것이다. 항바이러스제의 확보를 위해 힘씀과 동시에 여러 방법의 대안을 찾는 일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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