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 10월 1일 물맞이를 한 지 한 달이 됐다. 꽉 막힌 도심 한가운데 물이 흐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민의 휴식처로, 수많은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거듭난 청계천.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서울 시민의 친구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만큼 안전이 보장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사진1] 청계천을 돌다보면 어느 지점부터는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광장 쪽에서 강 주변을 두르고 있는 녹지대와 줄로 된 난간이 어느 지점인가부터 사라지면서 한 발짝만 디디면 바로 청계천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아찔한 보도가 이어진다. 녹지대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시민과 하천 사이에 완충지로서의 역할도 하는 영역이 사라지면서 시민들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물론 그리 수심이 깊지는 않지만 어린아이가 빠질 경우 위험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하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편평하던 보도는 일부 지점부터 울퉁불퉁한 돌로 바뀐다. 이는 조경의 한 방법일 수 있지만 구두를 신은 여자들이나 노인들은 발을 헛디뎌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기자는 이곳을 걷다가 넘어지는 할머니를 목격하기도 해 그 위험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두운 다리 밑이 울퉁불퉁한 보도로 돼 있어 낮에도 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야말로 안전을 생각하지 않은 기획이다.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 곳은 서울광장 쪽에서 광통교를 지나자마자 볼 수 있는 작은 나무다리다. 이 다리는 귀엽고 앙증맞게 만들어져 있어 많은 시민들이 다리 난간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시민들이 앉아서 찍는 이 난간의 높이가 너무 낮아 난간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자칫 중심을 잃으면 바로 하천으로 빠지게 된다. 하천으로 빠지는 일쯤이야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서 떨어지는 경우에는 좀 다를 것 같다. 강바닥을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한 번 떨어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장소다.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사소한 문제점들은 여기저기에 노출돼 있다.

물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긴 하다. 청계천 경영 관리부 김명진씨는 “경비원 12명, 청원경찰 9명, 공익근무요원 42명 등 총 63명이 시민들의 민원과 안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야말로 ‘사후약방문’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미 하천에 빠지거나 다친 다음에 이뤄지는 후속조치보다는 사고 이전의 예방이 필요하다. 사고 이전에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청계천 관리자들의 역할인 것이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행사가 많이 열리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을 찾고 있다. 좀 더 세심하고 치밀한 안전 대책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오랜 기간 편안하게 청계천을 사랑하고 이용하게 되기를 바란다.

<권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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