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먹을거리 파동에 이어 조류인플루엔자(AI)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침체 속에서 국민들에게 긴 한숨을 쉬게 하는 문제가 돼 버렸다.
가금류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가나 그와 관련된 식품업체들에 연일 실시간 보도되는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기사는 말 그대로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상당수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AI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처럼 정보수집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빠르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단지 ‘아무 문제없다. 안전하다’라는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정부의 뒤늦은 대책 발표 또한 국민들의 불안에 한몫 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고 다음날 정부는 매우 형식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마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듯이 발표된 대책은 누가 봐도 형식적인 대책이었다. 이런 정부의 모습은 농가들의 아픈 현실에 또다시 일격을 가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일부 언론 또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AI의 확산 상황과 사망자 수만 집중적으로 보도할 뿐 현재 우리의 상황이나 AI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에 소홀히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결과는 고스란히 농가의 어려운 현실과 국민들의 불안감으로 전가되고 있다.
AI의 변화에 대해 국제보건기구(WHO)에서는 이미 그 심각성을 세계에 경고했다.
지난 2일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천병철 교수는 현재 AI, 그중에서도 H5N1바이러스는 가장 위험한 종류이며 WHO에서는 AI가 전 세계적인 대유행병으로 발전하기까지를 여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3단계까지 도달해 있고, 마지막은 바로 인체 간 전염이 되는 단계인데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 아직 대유행의 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정부는 AI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충분한 양의 확보와 신약과 백신 개발의 준비를 시작했다고 발표했고, 미국 또한 기존에 연구 중이던 주사제 개발에 착수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국내 상황은 대체적으로 안전한 상황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AI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다른 국가들에 모범 사례가 될 정도로 신속한 대처를 했고, 우리나라에 오는 겨울철새 중에는 AI 발생지역 쪽에서는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야생조류와의 접촉은 피해야 한다.
AI, 이 병은 현재 분명히 위험한 존재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현재의 의학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진보했고 세계적으로 공조가 이뤄지는 상황인 지금, 그 가능성에 대비하는 정부의 모습과 정확한 언론의 상황보도가 이미 상처 입은 가금류 사육농가와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한숨을 쉬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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