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재와 난연재에 따라 화재피해 격차 커

요즈음 국민들은 정부가 연출·기획하고 주연과 조연을 모두 맡고 진행하는 가을 모노 연극‘발코니’를 지켜보고 있다.
발코니 확장 문제는 누가 왜 제기하고,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건교부에서 지난 10월 26일자로 입법 예고하고, 이틀 뒤인 28일에 국토연구원에서10여명 남짓의 소수의 토론자가 참여하는 졸속 공청회를 거쳐 지난 4일 황급히 서둘러 발코니 설치 기준안을 확정·발표하는 등 초고속으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그 속내가 미심쩍다.
발코니 확장 시 예견되는 화재 및 생활안전 등 문제점과 관련 주무부처인방재청과 사전 정책조율이 일절 없었고, 심지어는 같은 건교부 산하 건설기술연구원에조차 협의 조율과정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건교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입법기간 중에 관계부처의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한다.
확정 발표안의 내용은 첫째, 화재시에 대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것. 둘째, 바닥재를 불연재로 쓰고 바닥에서부터 90㎝ 높이의 방화유리 및 프레임으로 난연재 등급 이상의 불연재질을사용할 것. 셋째, 재난 시 비상대피 출입문을 설치할 것. 넷째, 기존 아파트는 2㎡의 피난 공간을 확보하고, 신축아파트는 좌우 인접세대와 합계 3㎡의 피난공간을 확보해 자동화재탐지기를 설치할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 행자부 소방국의 2002년 화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화재는연평균 3만4000여 건 발생해 해마다500여 명의 사망자와 1500억원의 재산 피해를 유발해 왔다.지난 10년간 화재 발생 건수는 연평균 6.8%씩 증가해 왔으며 이 중 대형화재는 지난 5년간 평균 1.1%, 사망자는 평균 23.6%, 재산 피해액은 평균33.5%씩 증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그중 경기도 수련원 씨랜드 화재, 인천 호프집 화재, 대구 지하철참사 등숱한 인명을 앗아간 대형화재 사건을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PVC소재 관련 화재 현장이라는 공통점이있다.PVC 소재는 화재 시 강한 유독성연기를 발생해 호흡 곤란으로 생명에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파트 화재는 구조적으로 발코니베란다를 통해 위층으로 불이 번져 피해가 확산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그나마 기존의 아파트는 화재가 발생하는 거실과 주택 내부와 격리된 상태의 확보된 공간인 발코니가 화재 시긴급피난공간의 역할 및 위층으로 불이 번지는 시간을 억제하는 역할에 기여해 왔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입증돼 왔다.본지는 이런 점에 착안해 지난해 1월 9일 충남 아산시 염티면 염티저수지에 인접한 (주)훼미리랜드 청소년수련원 부지에서 아파트화재 시 불이 인접 층으로 번지는 데 대한 현장실험을실시한 바 있다.
실험에는 한국알미늄압출조합·한국소방안전협회 연구실과 홍보실 관계자 및 力껨돝幟?간부들과 아산소방서·아산시 국장· 환경과장, 연세대학교 환경공학과 J교수, 지방언론사기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했다.
실험을 위해 블록조로 각기 독립된3실3층(9개 실)의 화재실험용 건물을좌·우로 2개동을 지었다. 실험의 형평성을 위해 내장 가구를 동일하게 배치하고 A동은 창틀 프레임을 PVC 소재로, B동은 창틀 프레임을 알루미늄소재로 시공하고 동시에 발화시켜 진행 시간대별로 불길이 인접 층과 위층에 번지는 역할 및 내화성을 실험했다.결과는 놀라웠다. 첫째, A동 PVC 창틀은 발화 후 290℃에서 완전 용해되고 발화 6분 만에 옆방 1개 실로, 15분뒤에 2층 3개 실로, 16분 뒤에 3층 1개실로, 33분 뒤에는 9개 실 중 7개 실이전소됐다.둘째, B동 알루미늄 창틀 프레임은발화 후790℃에서 창틀이 일부 용해됐으며 발화 후 30분에 옆방 1개 실,36분 후에 2층 1개 실로 번지고, 발화후 43분간 9개 실 중 4개 실만 전소됐다.실험 결과 발견한 사실은 PVC 창틀은 발화 후 프 레임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유리와의 틈새를 통해 공기가 급격히 화재 내부로 유입되면서 솟구치는 화염으로 유리창이 파열되고내부의 불길이 순식간에 옆과 상층부로 번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루미늄 창틀은 약 30분이경과하자 프레임이 용해되기 시작하고 이때까지 유리창 파열과 불길 번짐현상을 억제해 준다는 실험 결과였다.
이 실험은 발코니가 없는 상태에서의화재실험이었다.지난 6일 오후 9시 KBS-TV에서 현장 발화 실험을 통해 생방송 보도된내용에서도 발코니가 없는 경우 화재시 위층으로 급속히 번진다는 사실이입증됐다.
여러 경로를 통해 발코니 확장 시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교부의 졸속 정책을 방관하고 있는 방재청의 속내는 무엇인가.
예상되는 재난의 예방과 정책적 진단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손실을 예방하는 것이 방재청의 사명이 아닐까. 그러나 방재청이 적절한 방재정책 수립을 외면한다면 훗날 재난 발생뒤에 결과 통계 집계만을 위한‘재난통계청’이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창틀 프레임에 불연재를 시공토록법으로 정한 외국의 사례를 수집해 오라”는 등 건교부 관계자의 구태의연한자태는‘철밥통’공무원의 오만함의극치가 아닐까.
그러나 일본에서도 창틀 프레임을불연재로 쓰도록 규정한 사례가 수집되고 있다. 정책결정으로 인한 재난증가 가능성과 재난 발생 시 고귀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커다란 손실이 예상된다면 마땅히 그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정부의 소명일 것이다.상기한 외에도 안전문제와 에너지손실문제 등 미 검증된 부분이 골간을이루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비상탈출구, 긴급 피난공간, 90㎝ 높이의방화유리 시공, 스프링클러 설치, 비상탈출구, 자동화재탐지기 설치 등 비현실적 규정을 어떻게 일일이 검증하고법으로 규제할 것인가.특히 발코니 확장은 수혜자의 계층에도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방재청과 건교부의 진중한 정책 결정이 있기를 당부한다. 발코니 확장 문제는 국회 및사회·시민단체와 이해관련업계 등면밀한 검증과 진단이 집약돼야 할 것이다.‘발코니’가 방재청과 건교부의2005년 가을‘침묵의 모노연극’이라는 오명을 남겨서는 안 될 것임을 고언한다

<허성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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