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정부는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한강수계 관련 지자체장 등으로 한강유역 수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강수계상수원수질개선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을 만들었다. 올해까지 무려 2조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이 사용된 정책이었다.
그림만 놓고 보면 98년 당시나 지금이나 BOD의 차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수질 전문가들은 COD나 탁도 등은 더욱 악화됐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들은 모두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정부는 그동안 팔당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상수원보호구역·자연보전권역 등 규제 조치를 취해왔다. 이러한 규제 조치는 상류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고 재산권도 제한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주민들의 감내에도 불구하고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다면 당연히 정부는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현행법상 수질환경기준으로 1등급은 BOD 1ppm 이하의 수질을 목표로 하고 있다. BOD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으로, 오염된 물의 수질을 표시하는 한 지표다. 그렇다면 BOD 1ppm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지표는 물고기의 환경평가 기준에는 적절한 것이지만 사람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BOD 3ppm 이하를 최고 수질등급인 1등급으로 보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역시 2ppm까지를 1-B등급으로 정해놓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봐도 우리나라의 수질기준등급은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 국민이 오염되지 않은 물을 보고도 ‘부족한 물, 수돗물로는 적절치 않은 물’로 인식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만약 어느 날 신문에서 팔당호나 다른 3대 강에서 ‘BOD가 2~3ppm 이상으로 올라갔다’라는 보도가 나온다면 국민들은 팔당호가 썩었다느니, 수돗물 마시기가 겁난다느니 하며 난리가 날 것이다. 정부는 깨끗한 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잘못된 정보는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의 수질기준등급은 1978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30년 가까이 돼 가는 법을 일부 수정됐다고는 하나 산업발달이 미진했던 시기와 지금의 시기는 구분되므로, 법도 구분돼야 한다.
지금의 1등급인 1ppm보다 2~3배쯤 높아져도 유럽이나 일본에서 정하는 좋은 물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BOD의 기준을 완화하고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해야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정책을 주저하곤 한다. 자칫했다가는 국민들이 정부의 수질개선 의지의 후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살기 어렵다고 해서 사람마저 살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물고기의 생사를 위해 정해놓은 BOD로 사람이 마시는 물을 평가하기보다는 사람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 아닐까.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