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장애인에게 제주도 여행이라는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는데, 이제 소원을 이뤘어요.”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찾은 최돈자 할머니(63)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어려운 중증장애인 13명. 지난달 27일부터 이천여성연합회(회장 한영순)가 진행한 2박3일간의 제주 여행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뜻 깊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 행사에는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기 위해 여성연합회 소속 회원 8명과 장애인연합회 임원 등 봉사자 15명이 동행했다.
약 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봉사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공사의 도움으로 비행기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내렸지만 차량에 오르내릴 때마다 봉사자들은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장애인 개개인마다 담당을 정해 업어서 내려주고, 태워주고, 휠체어에 태워 밀고, 인원 점검까지…. 쉴 틈 없는 시간이 계속되는 탓에 흐르는 땀을 닦아낼 시간조차 부족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용두암 관광으로 시작된 제주도 첫 일정. 자연사박물관과 공연장 관람을 마치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에게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SGI의 협조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 서귀포시 해안의 SGI연수원에 여장을 푼 일행은 이튿날 천지연폭포, 유람선 일주, 돌고래쇼 관람을 비롯해 여미지식물원을 찾아 화사하게 핀 갖가지 꽃을 둘러보고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봉사자들은 장애인들을 하루에도 10여 차례가 넘게 버스에서 내려주고 올려주는 어려움 속에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고, 다른 관광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한 가족처럼 그들과 함께했다.
마지막날 코끼리·조랑말공연, 민속마을 관광을 마지막으로 귀경길에 오른 이들은 이천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번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윤종근(43·하반신 장애)-최유정(31)씨 부부는 “여행이라고는 강원도를 잠시 다녀온 것밖에 없었는데 잊지 못할 신혼여행이 됐다”며 “이렇게 값진 경험을 하게 해준 여성연합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결혼 20주년을 맞아 큰 선물을 받았다는 한 장애인 부부는 “50년이 넘는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번 3일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신혼·구혼여행을 한꺼번에 다녀왔다”며 “힘들지만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준 봉사자들이 무척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은 “만약 장애가 완치된다면 보답으로 봉사자들과 함께 외국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김순교 할머니(65)는 “처음에는 봉사자들을 대하기가 서먹서먹하고 어려웠지만 아무런 격 없이 딸처럼, 동생처럼 대해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하반신 장애를 가진 한 할머니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눈물로 고마움을 대신해 돌아오는 버스 안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여성연합회 박우순 회원은 “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더 큰 선물을 받았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뜻 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김승자 회원도 “비록 몸은 정상이지만 마음은 항상 장애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게 해준 장애인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귀포시의 허가를 받아 공연장을 운영하는 퍼시픽랜드(제주 서귀포 중문)는 국가에서 권장하고 시행하는 ‘장애인 입장 할인’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총연합회 이귀순 총무과장은 “중증장애인에게 도전이나 다름없는 2박3일간의 어려운 행사를 무사히 마치게 해준 여성연합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여성들의 세심한 배려를 통해 참다운 봉사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 뜻 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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