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을 통해 일반인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각종 ‘유해화학물질’일 것이다.
새집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라돈·이산화질소 등 새집을 장만해 놓고도 이들 유해물질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베이크 아웃’ 효과, 즉 입주 초에 보일러를 틀어놓고 환기만 제대로 해도 어느 정도 실내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까지 됐지만 사람들은 자연환기보다는 공기청정기나 각종 정화기의 힘을 더욱 신뢰하는 듯하다.
이렇게 걱정하며 돈을 들여서라도 쾌적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지만 정작 돈을 주고 유해물질을 사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다. 물론 그들 곁에 있는 간접 흡연자들까지 덤으로 유해물질을 마시고 있음은 당연지사.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시 한 번 그 해악을 적나라하게 강조한다면, 담배연기에는 사람들이 섭취해서는 안 되는 청산가스·비소·페놀 등을 포함한 69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런 독성물질 덩어리를 예전에는 그렇게 해롭다는 것을 모른 채 흡연해 왔으며 심지어 군대에서는 담배를 무료로 공급하는 등 흡연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었다. 하지만 점차 담배가 해롭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미 니코틴에 중독돼 쉽게 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흡연자들 역시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
WHO 자료에 의하면 세계에는 흡연자가 13억 명이고, 이 중 490만 명이 흡연으로 죽어가고 있다. 우연히도 우리나라 흡연인구는 예전에 세계 흡연자의 1%인 1300만 명이었다.
따라서 이를 환산하면 우리나라에서 담배로 인해 매년 4만9000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하루에 우리나라 국민 130여 명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우리나라 암 발생자의 20%, 암 사망자의 30%는 담배가 원인이며, 매년 1만9200여 명이 담배 때문에 암으로 죽어가고 있으니 흡연을 결코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될 일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국내에서도 일부 의료진들을 주축으로 아예 담배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자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러한 우리의 움직임을 세계의 유수 암센터들이 지지하고 호응해 주고 있다.
얼마 전 국립암센터에서 한국·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9개국 암센터 원장들이 모여 아시아 국립암센터연맹을 창립하고 궁극적으로 담배의 경작·수출입·매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어 언젠가는 담배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언제가는’이라는 전제가 10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 주변의 가장 위험한 유해화학물질이 바로 담배라는 것이다. 자동차 매연에만 눈살을 찌푸리고 코를 막을 게 아니라 정작 주위에서 뿜어내는 담배 연기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분명 예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지만 우린 아직도 너무나 흡연에 관대한 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 더 나아가 환경까지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주머니 속 담배를 과감히 휴지통으로 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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