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없이 비운다는 것과 남기지 않기 위해 나눈다는 것

한동안 ‘빈 그릇 운동’ 캠페인이 유행인 양 사람들에게 알려진 바 있다. 정부에서, 그리고 연예인까지 합세해 빈 그릇 운동에 동참서약을 하고 몇몇 식당에서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데 적극적으로 서약하는 등 뜻밖에 빈 그릇 운동에 관심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음식을 많이 남겼으면 이렇게 캠페인으로 나서서 그릇을 깨끗이 비우라고 할까 싶지만 정말 우리나라는 ‘심각 이상’ 수준이다.
언젠가 일본사람들과 급식을 함께할 일이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맛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한 번, 배고프다는 생각에 한 번 이렇게 여러 차례 반찬을 덜었고, 다른 한국인 일행도 마찬가지로 식판 위를 가득 반찬으로 채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본 일행들과 함께 자리하고 보니 유난히 한국사람 반찬만 식판 위에서 ‘산’을 이루고 있었다. 과장이 아니라 그들의 식판 위에 올라온 반찬은 눈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은 분량이었다.
그렇다고 맛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만큼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적게 먹고 남기지 않는 게 몸에 밴 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조건 ‘우선 많이 뜨고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뜬 반찬을 남기지 않는다면 그나마 용납이 된다. 하지만 무리해서 반찬을 뜬 사람의 절반 이상은 반도 못 먹고 버리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봤다. 그리곤 변명까지 빼놓지 않는다. “맛있게 보였는데 맛이 별로네”라고.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식당이기도 한 곳이 바로 한정식 집이다. 적당히 소박한 상차림의 한정식이 아닌 상 모서리까지 반찬그릇이 걸려 있을 정도로 소위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음식을 보면 왠지 모를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리고 식사하기도 전에 ‘저 음식을 어떻게 다 먹나’ ‘남기면 저 음식은 다 어디로 가나’ 이런 생각에 아예 안 먹을 음식은 미리 돌려보내고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먹게 된다.
잔반이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전량 수거가 안 되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아니, 전량 처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외에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남긴 음식으로 비료며 퇴비를 만든다는 정부의 계획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음식 쓰레기는 가정에서, 그리고 식당에서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부분이며 그러한 부분 하나하나가 모여 음식을 남기지 않는 문화시민, 그리고 음식쓰레기 없는 국가로도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론은 버려지는 음식물을 생각하고 그 음식물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나’ 하나만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 4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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