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라는 제품이 있다. 이 둘은 같은 용도의 제품으로 기능, 성능은 물론 모양도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A제품의 가격이 10,000원이고 B제품은 3,000원이 더 비싼 13,000원이다. 이유는 A제품은 일반적인 원료를 가져다 사용한데 반해서 B제품은 자연에 해가 없는 친환경 원료를 개발해 사용했다. 어떤 제품을 구입해 사용할 것인가. 물론 어디서 생산했고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물건이며 구입당시 주머니 사정 등 여러 가지 가변적인 요소들은 많지만 이 모두를 무시하고 단순 가정하의 질문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B제품을 구입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우리 현실이 옳은 것을 당당히 선택할 만큼 여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환경문제는 어제 오늘날의 문제는 아니며 국가적 차원을 넘어서 전 세계가 협력 하에 각종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그것들은 어디 까지나 포장에 불과할 뿐 그 알맹이는 우리 개개인의 몫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적 의무라지만 기업의 입장은 어떨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기업의 목표는 영리추구다.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 많이 판매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기업의 존재의무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소비자들의 성향과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생존할 수 있다. 우리의 요구 데로 기업은 합법적인 범주 안에서 더 우수한 품질, 저렴한 가격, 세련된 디자인 등을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란 요구 조건을 단다면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깨끗한 환경조성은 한층 더 가까워 지지 않을까. 기업이 한 가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만큼의 비용을 제품판매에 포함시켜 회수해야 되기 때문에 신기술의 제품은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최신의 성능과 기술을 탑재한 제품은 나오기 무섭게 선도 구매자에 의해 불티나게 팔려나가지만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환경에 해가되지 않는다는 광고내용은 그리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달 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에서 친환경상품전시회가 열렸지만 대규모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 하는 이가 많지 않아 친환경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어떠함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반면에 바로 옆에서 치러진 게임관련 행사장은 북새통을 이뤄 대조를 보였다.
환경보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 성능이 아무리 좋고 기업의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환경에 해가되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기업은 스스로 앞장서서 환경보호를 외칠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나하나 친환경 상품 쓴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기 보다는 ‘나부터라도 환경에 무해한 제품을 사용해야지’하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의 경우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많은 의식의 전환이 있었듯이 더 늦기 전에 내 몸으로부터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거시적 시각 또한 속히 갖춰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위의 질문에 답변을 주저한다고해서 누가 누굴 비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다만, 우리 환경을 지키는 것은 다른 누가 대신할 수도, 누가 시켜서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가격 차이가 3,000원 이든 5,000원이든 사실 그것은 문제의 자격조차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환경은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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