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도시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비록 그 시작점에 있어 조금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서울 숲·청계천 등을 보면 기존의 알을 깨고 ‘친환경적인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는 여러 학계의 전문가들이 연구를 수행한 노력의 결실이며 대한주택공사·건설교통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모토로 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토론회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의견을 듣는 행사를 수행한 움직임의 결과다.

이런 움직임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다. 국민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도시는 너무나 열악하고 회색빛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푸른도시 국장의 말에 따르면 서울 숲이 생긴 이래 주변 아파트의 값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 정도까지 뛰었다고 하니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고맙고 반가운 와중에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학계 간 컨소시엄이 제대로 구성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도시연구와 관련된 행사를 살펴보면 전문가들의 대부분이 도시계획·조경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를 연구하고 계획하는 데 있어서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도시계획에 ‘자연과 녹지’가 강조되는 이때, 도시계획 전문가들만으로 생태계의 메커니즘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물론 생태적인 측면과 미적·과학적 측면까지 잘 아우를 수 있는 분야가 조경이라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조경이 물론 자연 메커니즘을 감안해 도시를 설계하고 경관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는 사회·과학·미학의 조화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화’를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해야 하는 것을 물론 이들을 모나지 않게 잘 어울러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도시계획, 조경은 없어서는 안 될 전문분야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이뤄가는 데 리더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강점이라면 맹점도 있다. 이는 조화를 추구하는 모든 분야가 가지는 문제점으로 자연·사회·경제·미학의 모든 분야를 심도 있게 알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조화를 무기로 내세웠다면 심도는 다른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이뤄가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방법은 현재 국내에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외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쉽게 볼 수 있는 학계 간 연계 컨소시엄이다. 지리학·건축학·미학 등 여러 분야의 심도 있는 노하우와의 조율을 이뤄 도시계획이 이뤄질 때 우리의 미래도시는 다양한 측면이 고려된 그야말로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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